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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구름
chat 2021. 7. 18. 00:36

오늘은 아르바이트 퇴근 중에 정말 끝내주는 구름 두 점을 보았다. 사진을 몇 장 찍어둬서 백업한다. 어차피 하늘 사진은 어딘가 올리지 않으면 까먹고 말고.. 결국 갤러리 정리할 때 지우고 마니까.
첫번째 구름은 내가 최근 구경한 구름들 중에서 가장 선명한 결을 가지고 있었다. 아파트 두 채의 옥상을 가릴 만큼 컸으며, 어린 아이들이 욕조에 앉아 샴푸거품을 조금씩 짜낸 뒤 조심스럽게 어루어만져 만든 듯한 모양새였다. 북서쪽에서부터 내리쬐는 듯한 노을빛으로 인해 몸체는 분홍빛이 도는 살구색을 띄고 있었고, 빛이 들어오지 않는 그늘진 부분은 밝은 잿빛으로 이루어져 있어 멀리서보면 사람을 무척 편안하게 해주는 신통한 구름이었다. 아마 나 말고도 많은 동네 사람들이 이 구름에 마음을 뺏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두번째는 한 쌍으로 이루어진 구름이다. 집채만 한 짙은 잿빛 구름이 시야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구름의 진가는 그 뒤편으로 거리를 둔 채 흐르는 작은 구름으로 발휘된다. 위에서부터 잡아 찢은 것처럼 날카롭게 흩어진 모양새로, 구름과 구름 사이를 가로지르는 노을빛을 받아 속수무책으로 타오르고 있다. 실제로 보면 더 근사한데 사진으로는 그 멋짐이 제대로 안 찍혔다.
예쁜 하늘은 날 언제나 기분좋게 해주는데, 돌아서면 금방 잊고 만다. 이거 쓰는 중에도 벌써 이 구름들을 보고 감동한 마음을 도무지 짐작하고 재현할 수가 없는 거임. 어쨌든 난 오늘 기분이 나쁘지 않았음. 다만 몸은 피곤함. 하.. 근무 나가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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