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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지 밀스는 1922년 도버에서 출생했다. 아마 축복을 받았을 것이다. 잔병치례 없이 열여덟 살을 통과하며 꾸준히 성장했기 때문인데, 축복을 받지 않았다면 운이 좋은 것이겠다. 

도버는 바다를 등지고 팔을 벌리면 바람이 소년의 머리카락을 마구 뒤집는 곳이었다. 작은 항구로 요트들이 끊임없이 돌아오고, 수평선을 따라 흰 새들이 날았다. 파도도 사람도 새들도 떠났다가 되돌아왔으므로 조지는 떠난 것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소년으로 자랄 수 있었다. 바다는 조지에게 “돌려주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은 단 한 번도 그를 배신한 적이 없었다.

그것이 일어났을 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전쟁이 발발했을 때, 조지는 자고 있었다. 아침에 라디오를 듣는데 그 소리가 나왔다. 앵커가 덤덤한 목소리로 말하길, 독일에서 공군들이 공습했다.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여기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나라의 국민들이 죽어버리고 말았다. 스크럼블 에그를 먹던 조지는 멍청하게 고개를 들고 밀스 부부를 바라보았다. 밀스 부부가 말했다. 조지, 괜찮을 거야. It’s ok는 그때까지 힘이 있었고, 조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접시에 코를 박았다. It’s ok를 중얼거려보았으나 어딘지 갑갑했다. 말로는 해결되지 않는 직감이라는 게 있었다. 어떤 거대한 물살. 시대를 따라 흘러가는 무수한 인간들의 세포 하나하나에 내장된 태고적 감각이 조지에게도 있었다. 

그 날은 피터를 만났다. 둘은 약속하고 만난 적이 거의 없었으나, 웬일로 피터가 먼저 전화를 한 것이다. 도버 항구 앞까지 냉큼 달릴 수 있는 좁은 지름길을 숨도 쉬지 않고 달렸다. 피터는 문스톤 호에 앉아있었다. 도슨 일가가 지난여름에 장만한 요트. 날이 흐려서 파도가 통상보다 높았으므로, 배에 앉은 두 소년은 조금씩 엉덩이를 미끄러뜨리며 하늘을 보았다. 잿빛 구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모든 것을 두고 떠날 것처럼 보였다. 자연은 원래부터 인간에게 여러 상징과 징조가 되는 법이다. 피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브라이언 형이. 응. 브라이언 형이 자원했는데. 조지는 피터의 옆모습을 보았다. 바람이 불어서 얼굴을 찡그리게 됐다. 그래서 싸웠어? 아니. 피터는 고개를 숙이고 잠시 마른세수를 했다. 우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으나 착잡해보였다. 그렇지만 돌아올 거니까 괜찮을 거라고 말했어. 네가? 아니, 아버지가. 피터가 고개를 들고 조지를 마주보았다. 바람이 불자 금발이 탁한 하늘 아래에서 마구 나부꼈다. 조지, 나는 슬프거나 화가 나지 않는데. 피터가 중얼거렸다. 그래도 괜찮은 걸까? 소년의 표정은 아직 실감하지 못 하는 먼일을 이야기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오전에 조지가 접시에 코를 박다 말고 지은 표정과 비슷한 성질이 있었다. 전쟁은 가까운 땅에서 벌어졌으나 눈앞에서 벌어진 살육이 없었으므로 먼일처럼 보였다. 어쩌면 먼일처럼 생각하고 싶어서 그런 식으로 말하게 되는 걸지도 몰랐다. 조지는 고개를 돌리고 먼 바다를 보았다. 날씨가 흐려서 프랑스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래서 모든 일들은 더 멀게… 멀게만 느껴졌다. 네 형은 돌아올 거야. 조지가 말했다. 늘 그래왔잖아. 바다가 키운 소년들은 여전히 그 불문율을 희망하고 있었다.

바다가 처음으로 그들을 배신했던 날, 도슨 가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여자가 지른 것이다. 피터의 것은 아니었다. 조지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창문으로 얼굴을 들이댔다. 도슨 가의 불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위태로워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휘청거리는 불빛이 그곳에 있었다. 피터, 라고 조지가 중얼거렸다. 피터. 그러나 뒷말을 말할 수는 없었다. It’s ok를 말하려는데 혓바닥이 천장에 붙어버린 것 같았다. 말할 수 없다는, 이 이상 그렇게 안심할 수는 없다는, 외면할 수 없다는, 모르는 채로 남아있을 수만은 없다는 감각이 경고등처럼 머릿속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전등이, 뇌를 밝히던 전등이 진자처럼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은 촛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누군가 바람을 불면 금방이라도 머릿속이 암전될 것처럼 느껴졌다. 덜컥 겁이 났다. 그랬다. 브라이언 도슨이 전사하던 날, 조지는 처음으로 ‘두려움’을, 떠났다 되돌아오지 않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됐던 것이다. 그 날 피터가 울었는지 조지는 끝끝내 물을 수 없었는데, 그건 조지가 울었기 때문이고, 그러니까… 그런 걸 말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

피터와 다시 만난 건 그로부터 일주일이 조금 넘었을 때였다. 형의 장례식이 미뤄질 거야. 시체를 찾았대. 피터는 고개를 숙인 채 조지의 손을 붙잡았다. 그건 흔한 일이 아니래… 보통은 시체를 찾아주지 않는다는데… 가장 먼저 돌격해서 죽어버렸기 때문에… 훈장을 받을 수도 있는 거라고……. 피터의 말은 드문드문 바람에 묻혀서 들리지 않았다. 마침내 피터가 고개를 들었는데, 눈이 새빨갰다. 울고 있지는 않았다. 조지는 생각했다. 피터가 화가 나있는 것만 같다. 피터 도슨이 조지 밀스에게 물었다. 조지, 죽음에 영광이라는 게 있을까? 그건 피터 자신에게 묻는 말처럼 들렸다. 조지, 조지 말해줘. 영광스러운 죽음이라는 게 있을까? 조지가 대답했다. 잘 모르겠어. 조지는 자신이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잘 모르겠지만 피터, 화내고 싶다면 화내는 편이 좋을 것 같아. 누구에게? 피터가 마침내 분노했다. 누구에게 분노하란 말이야? 그런 후에 피터는 돌아갔고, 조지는 문스톤호에 덩그러니 남겨진 채 오래 그곳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한참을 생각한 후에 한 가지를 깨달았다. 피터가 나에게 화를 냈구나. 그러자 자신이 아주 멍청한 존재만은 아닐 거라고 느끼게 되었다. It’s ok보다 이런 방식이 더 간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상하고 또 그럼에도 꼭 필요한 깨달음이었다. 말이 아무짝에 쓸모가 없을 때, 그 말들이 힘을 잃을 때, 어마어마한 재앙이 닥쳤을 때, 혼자의 힘으로 도무지 해낼 수가 없을 때, 누군가의 분노를… 그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맞서야만 할 때. 그 때 조지는 몸을 던져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2

언젠가는 돌아오지 않는 자들이 바다로부터 걸어 나오는 꿈을 꿨다. 헐떡이며 일어났더니 어디선가 폭죽이 터지고 있었다. 조지는 식은땀을 손등으로 훔치며 커튼을 열어젖혔다. 바다. 그러자 바다가 보였다. 어두컴컴한 바다 너머에서 끊임없이 번쩍이며 불꽃이 튀어 올랐다. 묵직하게 쿵. 그리고 또 쿵… 이었다. 그것이 축제가 아님은 알고 있었다. 조지는 창가에 손바닥을 올리고 헐떡이며 숨을 골랐다. 전쟁이라는 것을 각막에 새기는 일이 얼마나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지. 눈앞으로 다가온 공포가 어떤 종류인지. 덩케르크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징발된 청년들이 배를 타고 나가서 돌아오지 못 했다. 이곳은 조지의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도버의 신화는 끝났고 바다는 사람들을 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바다의 탓일까? 아침마다 라디오를 틀면서 밀스 가족은 접시에 코를 박았다. 그 누구도 말할 수 없는 it’s ok들이 마치 주파수를 잃은 전파처럼 공기를 떠돌았다. 조지 밀스는 음식의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불안과 두려움은 이미 도버를 잠식하였다. 맞서 싸우고자 하는 의지 밑에는 생존에 대한 본능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깔려있었다. 처칠은 투쟁을 위해 싸우자고 말했으나. 소년은 생각했다.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많은”의 수식어는 사실 단 한사람을 가리키고 있었다. 브라이언. 브라이언 도슨이 죽었어. 옆집에서 살던 나의 이웃이, 친형처럼 따르던 다정한 누군가가 더는 되돌아오지 못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방관의 이유가 발생하는가? 이이상의 죽음을 묵인할 수 있게 되는가? 조지는 포크를 매만지다 말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바글바글 끓는 공포 위로 용기를 짓눌렀다. 할 수 있는 일이 생긴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 하겠다는 생각이. 그럼에도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조지는 동시에 그저 살아가고 싶었다. 일상을 보장받고 싶을 뿐이었다. 

문스톤호가 출항을 알릴 때, 조지는 보았다. 배에 탄 피터가 막 멀어지려고 하고 있었는데, 그 앞으로 넓은 수평선이 펼쳐져 있었다. 조지는 피터가 입은 스웨터가 브라이언의 것임을 알아보았다. 그것은 수의壽衣였을까? 피터는 죽을 수 있음을 각오하려 하는 것일까?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몸이 먼저 움직였다. 배에 올라탄 조지를 보며 피터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 했다. 조지, 뭐하는 거야? 도슨씨가 고개를 돌렸다. 거긴 전쟁터야, 조지! 조지는 코를 찡긋거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방해가 되지는 않을게요. 결과적으로 소년은 그 말을 지켰다.

 

구축함을, 구축함을 잊을 수가 없다. 조지는 구축함을 보았다. 함선을 타고 되돌아오는 지친 청년들을 똑똑히 보았다. 문스톤호가 바다로 나간 지 삼십 분이 채 되지 않았을 즈음의 일이었다. 파도를 가르며 거대한 구축함이 도버를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파도는 높았으나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갑판에 앉아 조지는 구축함을 올려다보았다. 갑판에 매달린 청년들은 일종의 망령처럼 보였다. 하나같이 때가 낀 가면을 얼굴에 뒤집어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지치고, 죽음에 질렸으며, 늙어있었다. 그랬다, 청년들은 하나같이 늙어있었다. 덩케르크는 사람들로부터 어떤 것들을 앗아갔는데, 그중에 분명 생도 있었으리라. 그들이 돌아오지 못 한다면 그것은 바다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 앞바다에서 인간들이 벌인 재앙이 인간들을 삼키고 있었다. 거대한 상실과 분노가 그곳을 뒤집어 삼키고 있었다. 인간들을… 돌려주지 않았다. 조지는 바로 그곳으로, 전쟁터로 가고 있었다. 후회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괜히 따라왔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배를 돌릴 수는 없었다. 구축함이 마침내 문스톤호를 완전히 지나쳤을 때, 조지는 어떤 것들을 바로 그곳에서 빼앗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구축함에 매달린 망령들이 조지의 안에서 어떤 것들을 잡아채버렸는데, 그 공허함이 가져간 것들 중에는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었다. 좋은 것은 조지의 생. 조지의 일부분. 가지고 있던 믿음. 돌아올 수 있을 거란 도버의 불문율에 대한 마지막 희망이었다. 나쁜 것은 그럼으로써 발생하게 될 조지의 두려움이었다. 요컨대 조지는 죽을 수도 있다는 감각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깨우치고 말았던 것이다. 그것은 나중에 소년의 용기가 되었고, 소년의 마지막 원동력이 되었다. 그래서 조지는 허탈하지 않을 수 있었다. 

 

3

조지는 결과적으로 분노로 인하여 죽음을 맞이했다. 전쟁이란 원래 불구덩이, 인간의 분노와 어리석음의 응집체, 그 응집체로부터 퍼져 나온 거대한 재앙이다. 조지는 총도 칼도 들지 않았으나 그 분노에 맞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는데, 우리는 그래서 조지의 죽음을 전사라고 말할 수 있다. 조지의 죽음을 그 누구도 어리석다고 말할 수는 없다. 소년이 스스로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그걸 멍청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누구도 그렇게 말할 수가 없다.

1940년 5월, 바람이 유난히 불고 파도가 높던 때, 바다 한가운데에서 한 남자를 구조한 조지는 그에게 담요와 홍차를, 그리고 이성을 건넸다. 덩케르크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남자가 키를 잡고 있던 도슨 씨에게 돌진했을 때, 조지는 손을 뻗었고, 그 일순간 불꽃을 보았다. 남자의 몸으로 타오르는 불꽃. 그것은 원래는 남자의 것이 아니었는데, 덩케르크에서 가지고 온 것이고, 마침내 온전히 그의 것이 된 참이었다. 분노. 조지는 그가 분노하고 있음을 알았다. 무엇에 분노해야하는 줄도 모르고, 분노하고 있었다. 

 

4

브라이언 형.

나는 형이 죽은 게 슬프고

또 슬프고

또…

 

5

It’ok를 말할 수는 없는 때라는 게 있다. 조지는 그것을 알고 있는 소년이었다. It’s ok보다 더 간단한 방식이 있다는 것을. 이상하고 또 그럼에도 꼭 필요한 깨달음 말이다. 말이 아무짝에 쓸모가 없을 때, 그 말들이 힘을 잃을 때, 어마어마한 재앙이 닥쳤을 때, 혼자의 힘으로 도무지 해낼 수가 없을 때, 누군가의 분노를… 그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맞서야만 할 때. 바로 그 때. 조지는 몸을 던졌다. 진정하세요! 소년은 그 말을 온몸으로 말했다. 계단을 구르는 동안 머릿속으로 어떤 환각이 떠올랐다. 눈앞이 번쩍 빛나더니 오래 전으로 돌아가는 듯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곳에서 조지는 침대에 앉아있었다. 침대에 앉아 창문에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누군가 비명을 질렀는데, 여자의 목소리였고, 피터의 집이 거기 있었다. 도슨 가의 거실에 매달린 전등이 좌우로 위태롭게 흔들렸다. 깜빡이면서 꺼졌다가 밝아졌다가 했다. 경고등처럼 보였다. 돌아오지 못 할지도 몰라, 라고 조지가 중얼거렸다. 돌아오지 못 할 거야. 그러자 어디선가 뱃고동 소리가 들려왔다. 조지는 고개를 돌렸고, 거대한 바다를 보았다. 바다를 가르며 돌아오는 함선을. 조지는 어느새 문스톤호 갑판에 앉아있었다. 구축함이 소년에게로 돌진하고 있었다. 조지는 천천히 두 팔을 벌렸다. 그러자 조지는 순식간에 어른이 되었다. 조지는 늙어버리고 만 것이다. 

조지, 조지. 흐릿한 인영과 함께 정신이 다시 눈앞으로 끌려왔다. 눈을 깜빡이자 붉은 스웨터가 보였다. 조지, 내 말 들려? 조지! 피터는 헐떡이고 있었다. 조지는 피터가 두려워하고 있음을 깨달았고, 곧 강렬한 통증을, 머리를 짓누르는 끔찍한 고통을 느꼈다. 조지는 피터의 이름을 부르려 했으나 입을 벌리니 나오는 것은 온통 신음뿐이었다. 말을 잃어가고 있구나. 눈앞이 자꾸만 깜빡거렸다. 머릿속으로 촛불 하나가 흔들리고 있었다. 어쩌면 말보다 더 빨리 잃을 게 생길지도 모르겠어… 조지는 눈을 감았다가 떴으나, 빛을 볼 수가 없었다. 빛이 보이지 않았다. 천장과 갑판, 피터의 붉은 스웨터가 보이지 않았다. 조지는 손을 뻗었다. 누군가 그 손을 잡았는데, 조지는 그게 피터임을 알 수 있었다. 피터… 라고 조지가 말했다. 하지만 그 이상 무엇을 말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무슨 말이든 지껄이고 싶어서 무엇이든 말했다. 지금까지 내가 잘한 건 해군단 뿐이었어. 아빠한테 그랬어. 공부는 못 했지만 언젠간 큰일을 해서, 지역신문에 나고 선생님들도 보게 될 거라고. 피터의 호흡이 단정하지 못 했다. 괜찮아지면 올라와. 피터의 말에는 마지막 희망이 내포되어 있었으나. 조지는 동시에 그곳에서 두려움을 읽을 수 있었다. 조지는 고개를 저었다. 앞이 안 보여.

 

조지의 마지막 순간에는 하늘 위로 스핏파이어가 떨어지고 있었다. 피터가 갑판 위에서 소리를 치는 걸 들을 수 있었다. 조지는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며 숨을 뱉었다. 죽음을 각오했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실감하기도 했는데도 소년은 몹시 두려웠다. 두려웠음에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는데, 왜냐하면 옆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소년은 돌아올 수 없음을 알았다. 불문율을 지킬 수 없게 될 것임을 알았다. 그러자 눈물이 나왔고, 그것은 창피하지 않았다. 눈앞으로 촛불이 위태롭게 흔들리다 말고 마지막 빛을 내뿜으며 타올랐다. 그런 후 바람소리와 함께 캄캄한 어둠이 몰려왔다. 조지의 머릿속이 완전히 암전되는 순간이었다. 조지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손가락을 떨었다. 죽는 것은 무섭구나. 그런데 그 임종의 직전, 무시무시한 뜨거움이 찾아왔다. 조지를 슬프게 만들거나 괴롭게 했던. 두려움을 가르치고 청년들의 생을 앗아갔던. 마침내는 열여덟 살의 조지를 갑판 아래로 밀쳐버린. 그 힘. 그 불꽃. 그 화염.

조지는 분노가 자신의 몸을 덮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의 분노가 아니었다. 시대를 압도할 인간들의 재앙이, 재앙이 그 속에 있었다. 무수한 죽음과 무고한 바다가 그곳에 있었다. 덩케르크와 도버가 그곳에 있었다. 영혼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조지는 오히려 그 분노 속에서 기묘할 정도의 평안을 찾았다. 하얀 빛이 눈앞을 가득 채우며 폭죽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 소리라니! 조지는 고개를 젖히곤 마지막 숨을 뱉었고… 그 빛 무리 속에서 작게 중얼거렸다.

 

6

브라이언 형.

나는 형이 죽은 게 슬프고

또 슬프고

또…

화가 났어.

 

7

나에게 화를 내도 괜찮아.

 

8

오, 피터, 피터!

 

9

조지 밀스는 1922년 도버에서 출생하여 1940년 바다에서 전사하였다. 소년이 시체가 되었음을 한 병사가 알렸다. 피터는 갑판에서 자신의 전우를 내려다보며 막연함을 느꼈는데, 그것은 견딜 수 없는 슬픔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어떤 두려움에 대한 감정은 아니었다. 덩케르크가 청년들의 생을 탈환하고, 조지가 불꽃에 맞섰을 때, 피터 도슨 역시 어떤 것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것은 도버가 키워온 가치에 관한 것이었다. 조지가 구축함을 마주하며 벗어던진 그것. 그것은 되돌아올 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바다로부터 떠난 사람들이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브라이언 도슨이 피터에게 그것을 남겼으나 피터는 분노함으로써 그를 거부했고, 그것을 조지가 받았으며, 결론적으로 조지는 그 불꽃을 품고 죽었다. 그리고 이번에 피터는 그것을 받게 되었다. 그 날 피터가 울었는지 우리는 끝끝내 물을 수가 없을 것인데, 그건 누군가는 조지를 위해 울었기 때문이고, 그러니까… 그런 걸 말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10

피터는 조지의 죽음을 아주 오래 기억하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오래 기억하기 위하여 신문에 소년의 이름을 기고했고, 그것이 의미 있는 일이었는지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확신하지 못 했다. 도슨씨는 그것에 아무 말도 보태지 않았다. 그래서 피터는 신문을 내려놓고 라디오를 틀었으며, 접시에 시선을 박고 수저를 들었다. 거기엔 맛을 느낄 수 없을 스크럼블 에그와 잼 바른 빵이 놓여있었고, 피터는 어쩐지 자신이 멍청한 사람이었을 지도 모른다고, 아주 오래 전부터 그랬을 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그런 후에 피터는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시울이 붉어졌다가 뜨거워졌다가 마침내 무거워졌다. 피터는 천장에 혓바닥을 붙인 채 조지, 하고 웅얼거렸다. 조지, 오, 조지. 

It’s not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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