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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리로 와, 난나.” 

 아드리안이 춤을 추고 싶어 할 줄은 몰랐다. 

 바르바라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자신의 앞으로 내밀어진 아드리안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몸이 이렇게 된 이후로 애쓰지 않고도 볼 수 있는 것들이 생겼는데, 이를테면 여유로운 아드리안의 표정 뒤로 숨겨진 공포나 그의 뽀얀 피부 아래로 흐르는 핏줄이 일순 팽창하거나 수축하는 모습 따위다. 지금 바르바라는 아드리안의 손, 정확히는 손등 아래로 흐르는 피의 고랑과, 그 아래로 늘어진 손목을 감싸고 있는 핏줄, 그 핏줄에서 규칙적으로 뛰는 맥박 소리를 모조리 느낄 수 있었다. 바르바라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 모든 것들을 내려다보다 말고 다시 고개를 들어 아드리안을 바라보았다. 

 ‘이제 이런 난나는 별로니?’ 

 ‘아뇨….’ 

 아드리안이 부탁했던 말이 떠오른다. 

 ‘아뇨, 이렇게 해주세요.’ 

 바르바라는 그래서 그렇게 해주기로 했다. 

 바르바라는 자신에게 손을 내민 아드리안에게 웃어주었다. 그리고는 그의 손을 붙잡아 끌어당겼다. 아드리안이 불만스럽게 신음했다. 

 “더 천천히, 가볍게 올려놔야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정말이다. 

 

 2. 

 아드리안이 아무래도 미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와 빙글빙글 돌면서 바르바라는 생각했다. 언제부터 춤을 추려고 마음먹었을까? 아드리안은 왜 이런 쓸모없는 일에 열을 올리고 공을 들이는 것일까? 

 바르바라는 아드리안의 손을 자꾸만 끌어당겼다. 춤을 주도하면서 내킬 때마다 그의 목을 물어뜯고 싶었다. 하지만 아드리안은 먼저 손을 내민 주제에 바르바라의 손에 힘이 실릴 때마다 뒷걸음질 치며 그녀의 범위 바깥으로 벗어났다. 그래서 바르바라는 아드리안이 여유로운 척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 알았다. 아드리안이 ‘정말로 완전히’ 미치지는 못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드리안이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아드리안이 정말로 자신을 길들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난나, 이제 나를 먹어도 좋아.” 

 오, 아드리안. 나의 오만한 먹잇감.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아. 정말이란다. 

 바르바라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아드리안이 아무리 춤을 추고 도망을 치거나 그녀의 포식을 미루려고 애써도 결국 바르바라는 아드리안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원하는 것을 취할 것이다. 배가 부르면 아드리안을 아무 곳에나 버려두고 좋을 대로 떠나버릴 것이다. 그러고는 돌아오겠지. 목이 마를 때마다 아드리안이 생각난다. 아드리안을 격렬하게 원한다. 바르바라는 아드리안의 모든 것을 끔찍하게 갈망한다. 아예 살을 잘근잘근 씹어볼 수만 있다면. 아드리안의 육체가 머금고 있는 모든 습윤한 물질을 나의 입속으로 털어 넣을 수만 있다면. 

 하지만 바르바라는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드리안이 죽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바르바라는 정말로 미쳐버릴 것이다. 

 

 3. 

 아드리안은 흡혈을 할 때 말이 많다. 바르바라는 그 점을 무척 짜증나했다. 그는 입을 열 때마다 뜬구름 같은 소리를 하곤 했다. 장미, 가시, 길들이는 일과 오래 전에 읽은 동화 같은 것들…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것이다. 난나, 나를 원해요? 바르바라는 포식을 할 때 말이 많지 않았다. 따뜻한 피를 가득 퍼올리면서 오로지 지금 그 순간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목에 이를 박으면 처음에는 비릿한 향이 마치 작은 낱알에서 하얀 알갱이가 튀어 나오듯 터져 나왔지만 곧이어 그것은 어떤 달콤하고 거부할 수 없는 무엇이 되어 바르바라의 내면을 날뛰게 만들었다. 그럼 바르바라는 이성을 치워버리고 허겁지겁 그 피를 빨아올렸다. 아드리안의 육신은 마치 우물 같아서 그 안에 고인 피를 퍼올리고 또 퍼올려 마셔도 다음 날에는 어김없이 신선한 피를 제공했다. 바르바라는 아드리안의 입술과 혓바닥이 짜증스러웠지만 그것을 베어 물면 벌어질 일을 상상하는 것은 좋았다. 바르바라에게 있어 비극이란 아드리안이 자신을 받아들이기 위해 이 상황을 합리화하다 마침내는 매혹당하고 미쳐버렸을 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아드리안을 전부 탐했을 때 벌어지는 일이었다. 바르바라는 아드리안을 끔찍하게 원했지만 아드리안 전부를 빼앗아 취하면 아드리안의 육체성은 소실되고 말 것이었다. 그럼 그녀는 정기적으로 그녀의 욕망을 공급해주는 장소를 영영 잃게 되는 셈이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됐다. 오,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결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럼 바르바라는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고 신에게 간청하고 자비를 구할 것이다. 아드리안을 돌려달라고 통곡하고 애처롭게 흐느낄 것이다. 입에는 아드리안의 피를 잔뜩 묻힌 채로. 

 

 4. 

 한밤중이었다. 바르바라는 잠시 졸았다가 깨어났다. 어깨에 무게가 느껴져 고개를 돌려보니 아드리안이 기대어 자고 있었다. 바르바라는 자고 있는 청년의 얼굴, 정확히는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과 그 아래로 이어지는 창백한 콧날, 뜨거운 피가 돌고 있을 입술을 뜯어보았다. 시선은 주체하지 못 하고 더 아래로 내려갔다. 이제 바르바라는 아드리안의 창백한 목덜미, 그 목덜미에 군데군데 난 몇 쌍의 점 같은 상처를 보고 있었다. 바르바라는 그것을 오래오래 시선으로 쓰다듬어 보았다. 

 “시세로.” 

 바르바라가 속삭였다. 

 “너 자고 있니?” 

 아드리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바르바라는 아드리안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받친 후 천천히 바닥에 눕혀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소리를 죽이며 복도를 걷는 동안 등 뒤로 아드리안의 냄새가 희미하게 번졌다가 서서히 사라졌다. 바르바라는 반사적으로 목을 매만졌다. 아직 목이 마르진 않았으니 멀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바르바라는 고성을 산책했다. 바닥은 싸늘하고 고요했고, 바깥으로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열린 문틈으로 달빛에 비친 거대한 창틀 그림자와 그 안으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눈의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성의 모두는 어디에 있는 걸까? 바르바라는 생각했다. 그들도 그들의 짝과 밤을 나고 있을까? 누군가는 잡아먹히고 누군가는 그 상황을 합리화하거나 도망치는 것일까? 언제까지 계속될까? 그러니까, 이런 상황들 말이다. 영원할까? 권태가 찾아올까? 아드리안에게 질리는 날이 올까? 아드리안을 다시 인간으로서 대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일들을 원하는가? 하지만 정말이지 단 한 가지의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바르바라는 복도를 쏜살같이 지나쳐 층계를 내려왔다. 

 계단을 중간쯤 내려갔을 때, 바르바라는 1층 난간에 기대어 있는 이반을 보았다. 이반은 눈을 감고 있었고 어딘지 지쳐보였지만 바르바라가 계단을 한 칸 더 내려오자 눈을 뜨고 그녀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래서 바르바라는 이반에게 자고 있는 것이냐고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안녕.” 

 바르바라가 말했다. 

 “안녕.” 

 이반이 대답했다. 

 바르바라는 잠시 침묵한 채 이반을 뜯어보았다. 코를 넓혀 조용히 냄새를 맡았다. 바깥으로 눈이 흩날려서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렸다. 바르바라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변했구나.” 

 이반은 대답하지 않았다. 바르바라는 계단 한 칸을 더 내려왔다. 

 “원래는 이렇지 않았잖아. 그렇지?” 

 이반은 바르바라가 말하는 변화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런 것들을 대답해줄 이유는 없었다. 바르바라도 사실 대답을 바라고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너는 분명 늑대였는데….” 

 바르바라는 말끝을 흐렸다. 

 “다시 욘디로 돌아왔구나.” 

 “정확히는,” 

 이반은 말을 정정했다. 

 “욘디는 인간도 늑대도 아니었지.” 

 “맞아, 그건 나일지도 모르겠어.” 

 바르바라는 중얼거리듯 대답하다가 뒤를 흘끔거렸다. 하지만 뒤로는 그녀가 밟고 내려온 어두운 층계와 고요한 복도만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바르바라는 무엇을 찾는 것처럼 뒤를 연거푸 흘끔거렸다. 

 바르바라는 다시 이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동자가 조금 커져있었다. 

 “이반.” 

 바르바라가 작게 헐떡였다. 

 “이리와.” 

 “목이 마르면 네 파트너에게 돌아가.” 

 이반은 바르바라의 상태를 눈치 챘다. 

 “너무 멀리 왔어.” 

 바르바라가 신음했다. 

 “젠장, 두고 오는 게 아니었는데. 차라리 끌고 오는 게…,” 

 바르바라는 말끝을 흐리다 두 손으로 얼굴을 묻었다. 

 잠시 후, 바르바라가 중얼거렸다. 

 “아니, 역시 나는 혼자가 좋아.” 

 “바랴, 그만 돌아가.” 

 이반이 어둠 속에서 또렷한 목소리를 냈다. 마치 전언 같았다. 바르바라는 고개를 들어 이반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은 갈증으로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고 입은 부자연스럽게 벌어져 있었다. 바르바라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가 느닷없이 이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목덜미에 이를 박지는 않았다. 그냥 그 상태로 손을 뻗었다가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그래, 돌아가야겠어.” 

 바르바라가 고개를 저었다. 

 “너는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 

 “빨리 가는 게 좋을 거야.” 

 이반이 덧붙였다. 

 “나는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니까.” 

 “바보.” 

 바르바라가 말했다. 

 “그 상태로 그냥 있지 그랬니?” 

 “저주하는 거지?” 

 “욘디가 어때서?” 

 바르바라는 목덜미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는 눈을 꽉 감았다. 그러자 어두운 고성이 한눈에 펼쳐졌다. 바르바라의 시선은 두 계단을 쏜살같이 올라가 기나긴 복도를 지나고 있었다. 열린 문틈으로 쏟아지는 눈 그림자와 거대한 창틀을 지나 액자가 걸린 복도를 지나면 아드리안이 바닥에 웅크린 채 잠들어 있었다. 바르바라의 시선이 아드리안의 온몸을 게걸스럽게 훑어대다가 종국에는 목덜미에 머물렀다. 바르바라는 목덜미에 돋아난 핏줄과 두근거리는 맥박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건 언제든 느낄 수 있었다. 바르바라는 눈을 떴다. 이반과 시선이 마주쳤지만 바르바라는 더 이상 농담하거나 우스갯소리를 하지 못 했다. 

 “이반, 생각해본 적이 있어. 지금의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말이야…,” 

 바르바라는 중얼거렸다. 

 “나는 늑대를 낳게 될까, 인간아이를 낳게 될까?” 

 바르바라는 뒤를 돌았다. 

 “어쨌든 다시는 새끼를 배고 싶지 않아.” 

 그런 후 바르바라는 갈증을 참지 못 하고 매서운 속도로 뛰었다. 이반의 냄새는 순식간에 멀어지고 오로지 한 가지 냄새만이 남았다. 바르바라는 복도를 순식간에 가로질렀다. 맨발로 고성의 차갑고 딱딱한 바닥을 소리없이 내달렸다. 바르바라는 멀리서부터 강렬하게 퍼져오는 먹이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것은 움직이고 있었다. 아드리안이 잠에서 깨어나 움직이고 있었다. 

 바르바라를 찾고 있었다. 

 

 5. 

 바르바라는 아드리안을 복도에서 맞닥뜨렸다. 아드리안은 조급하고 안달 난 얼굴로 주변을 살피다 말고 바르바라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우뚝 멈추어 섰다. 

 “어디 갔었어요?” 

 바르바라는 대답 대신 성큼성큼 아드리안에게 다가가 그를 밀어 넘어뜨렸다. 아드리안이 바닥에 넘어진 채 고개를 들다 말고 신음했다. 바르바라는 아드리안의 멱살을 쥐어 잡고 올렸다. 아드리안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느껴졌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것도 느껴졌다. 아드리안은 바르바라의 행방을 물음으로써 그녀가 자신에게 종속되어 있음을 상기시키려 하는 것 같았지만 바르바라는 생각한다. 하지만 너는 나를 무서워하잖아. 

 바르바라가 아드리안의 목덜미로 고개를 숙였을 때, 아드리안이 그녀의 머리통을 밀어냈다. 

 “두고 가지 말라고 했잖아요.” 

 아드리안의 눈동자가 습윤했다. 바르바라는 얼굴을 찡그린 채 아드리안이 호소하는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안 그러면, 영영 사라져버릴 거라고 했어.” 

 “알아.” 

 바르바라는 아드리안의 뒤통수를 상냥하게 쓸어주다 말고 머리카락을 쥐어 잡았다. 아드리안의 벌어진 입으로 작은 비명이 튀어나왔다. 바르바라는 그의 머리를 목으로부터 분리시켜버릴 것처럼 강하게 틀어쥔 채 원하는 만큼 뒤로 젖혔다. 곧 조개껍질을 열 듯 허옇고 보들보들하고 상처가 가득해 군데군데가 붉게 물든 목덜미가 눈앞에 드러났다. 아드리안이 그녀를 미약하게 밀어냈다. 바르바라는 그의 모든 의사를 무시했다. 바르바라는 이를 드러내고 강제로 아드리안의 목덜미에 이를 박아 넣었다. 아드리안의 다리가 작게 버둥거리며 바르바라의 허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 

 아드리안이 힘겹게 헐떡였다. 

 바르바라는 아드리안의 위로 올라탔다. 아드리안의 숨소리가 뜨겁고 거칠어졌다. 

 “바르바라…,” 

 아드리안은 떠나버릴 거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차라리 춤을 추자고 말했다. 약속하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바르바라가 다 망쳐버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다가 갑자기 난나라고 부르면서 동화 이야기를 했다. 바르바라는 신경질이 나서 아드리안의 턱을 움켜쥐고 고개를 들었다. 

 “입 안 다물면 목을 비틀어 버릴 거야.” 

 “그럴 수 있어요?” 

 아드리안이 일그러진 얼굴로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날 죽일 수 있어?” 

 물론 그럴 수 있었다. 바르바라는 흡혈을 할 때마다 샘솟는 힘을 느꼈고 손에 힘을 준다면 간단히 아드라인의 모가지를 나뭇가지처럼 부러뜨릴 수 있었다. 피를 모조리 빨아먹어 껍데기만 남길 수도 있고 몸을 갈가리 찢어서 질겅질겅 씹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바르바라의 내면은 아우성치고 있었다. 아드리안을 죽이면 안 된다고 비명을 질러대면서 필사적으로 그녀를 가로막고 있었다. 아드리안이 죽으면 바르바라도 죽는 것이다. 목이 말라서? 고통스러워서? 더 이상 아무 것도 갈망할 수 없게 되어서?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아드리안이 진실을 말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아드리안을 죽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바르바라는 포식자가 아닌가. 

 “너 정말 귀찮게 구는 구나.” 

 바르바라는 손으로 아드리안의 허리를 더듬거리며 내려갔다. 그러고는 단추를 풀고 아드리안의 옷가지를 헤집었다. 뜨거워진 그의 성기를 속옷 위로 주무르면서 나머지 한 손으로 아드리안의 턱을 부서질 듯이 쥐어잡았다. 아드리안이 허리를 퉁겨 올리며 헐떡였다. 그가 바르바라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고는 애칭을 불렀다. 그러다 다시 이름을 불렀다. 바르바라는 아드리안이 사정할 때까지 그를 손안에 넣고 주물렀다. 아드리안이 몸부림치면서 울먹였지만 바르바라는 고개를 젖히고 냉랭한 얼굴로 그를 쏘아보았다. 어쩌면 좋을까? 그는 정말로 자신을 지배할 수 있을까? 아드리안이 마침내 부르르 떨다가 힘이 빠져 늘어졌을 때, 바르바라는 다시 목덜미로 고개를 숙였다. 얌전해진 먹잇감을 두 손으로 손쉽게 들어 올려서 정성스레 살갗을 핥아 올리고 냄새를 맡았다. 입을 쩍 벌리면서 속삭였다. 너를 먹어도 좋다고 해줘. 하지만 사실 대답을 바라고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었다. 그런 건 이제 중요하지 않다. 정말이다. 

2018/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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