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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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chat 2021. 5. 14. 03:58

1

난 변덕이 너무 심한 인간이고 뭐든 금방 질려버리는데 블로그 스킨이 특히 그렇다

그렇다... 벌써 질렸어... 하얘서 안 질릴 줄 알았어

근데 바꾼지 얼마 안 되어서... 그냥 참고 이대로 쫌쫌따리 더 써보기로..

자잘한 거만 손보면 ㄱㅊ지 않을까...? 진짜로 코딩을 배워야겠다 (하지만 이런 말만 백만년째)

 

2

지인이 마기로기 입문탁을 돌려주셨다!! 나도 드디어 TRPG 세계에 들어서고 만 거임...

CoC도 몇 번 해보긴 했다. 지인분들이 데려가주셔서 쫌쫌따리.. 그렇지만 나랑 잘 맞지 않았어..

룰 자체가 나랑 안 맞는 것 같음... 사랑하는 커뮤친구들을 바라보는 것은 즐거웠지만...

마기로기는 실시간으로 만들어가는 시네마형 알피지 게임이라는 느낌이라서 시간가는 줄 모르겠더라고..

그것도 그렇고 세계관이 너무 오타쿠뽕 차는 데다가 한 번 짜놓은 캐를 계속 육성시킨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음

세션이 끝난다고 거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그 캐릭터의 서사와 변화가 다음 세션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맺을 수 있다는 거... 이 룰의 진짜 룽한 점인듯함... 그런 점에서는 커뮤러닝과 비슷한 것 같기도?

나 진짜 roll20이랑은 인연이 없을 줄 알았는데 역시 사람 일은 모르는거구나

탐라에서 세션 캡쳐 올리니까 다들 내가 티알피지 즐긴다고 신기해함 ㅇㅈ... 나도 내 자신이 신기함ㅋ

마스터링을 아직 한 번도 안 해봐서 누군가를 위해 탁을 돌려주는 건 아직 무리일 것 같은데 어느정도 룰에 익숙해지면 시도해봐야겠음. 마기로기 너무 재밌어서 입문시켜주고 싶은 지인들이 많아...ㅋ

 

3

지옥같이 바빴던 중간고사 기간이 끝났음. 4월 중순까지 생활치료센터에 있었기 때문에 과제를 그렇게 많이 해둘 수가 없어서... 나오자마자 미친듯이 전력으로 달렸달까... 근데 인간적으로 우리 학교 과제 너무너무 빡셈... 다른 학교도 졸업학년들은 다 이래? 하... 진짜 이주 내내 새벽 3시까지 과제하고 아침 9시에 일어나서 강의듣고 또 과제하고... 주말엔 또 풀알바.... 

ㄹㅇ 게임할 시간이 없었음... 퇴소하자마자 가장 하고 싶던 게 게임이었는데... 페4 언제 다 하지? 방학 전엔 엔딩 볼 줄 알았는데 아직 요스케 커뮤 만렙도 못 찍었어요; 어제는 오랜만에 데바데를 들어갔는데 그나마 쌓아둔 감이 다 죽었다는 걸 실감했음.. 도망칠 때 절대 뒤돌아보지 않는 초랭이 있다?! 바로 나!

중간과제는 다 해치웠지만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할까. 시발 그야 기말이 남아있기 때문이지.... 너무 두려워... 미리미리 과제 해두지 않으면 6월에 난 진짜로 죽고 말 거야... 진짜로 죽고 말 거라고... 우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야 정말로 내 수명을 깎아가며 밤샘 과제를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그래도 제때 못해서 교수님한테 빌면서 또 하고 하고 또 해서 지각제출하겠지... 우리 학교 과제의 가장 무서운 점은 오만 개지랄을 떨면서 용쓰고 시간을 들여도 과제 진척도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인듯... 시발...

이번주는 좀 헬렐레 놀았는데 정신 차리고 다음주부터 다시 과제하기로 하 샹.... 이런 시발... 하기 싫어서... 벌써 눈물이 고이는 것만 같아..... 키보드가 축축해지고 있어....

 

4

종강해도 솔직히 맘놓고 놀 수 없다... 학교 졸업하면 취준해야해.. 빼도박도 못하고 난 백수신세야... ㅅㅂ! 

코딩공부... 지금부터 시작할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음.... 이번 방학엔 진짜 뭐라도 해야해....

근데 그럼 페소는 언제 해?ㅠㅜ 시발.... 그리고 6월에 현대퇴마 소커열린대 난.... 난 어쩌면 좋지....? 

어떻게든 되겠지 뭔가 하나는 포기하게 되겠지만.... 난 할 수 있어... 아니 못해도 해야돼... 안그럼 울게 될 거야...

 

5

웹소설... 써볼까....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난 근성이 없어서 연재는 진짜 무리다

쓰고싶은 건 많은데 나... 갈수록 글을 못쓰게 됨....

우울증으로 대가리 너무 세게 처맞아서 멍청해진 것 같음 진심 오잉또잉? 표정으로 앉아서 모니터만 봄

예전엔 글 잘 쓰고 싶었는데 요즘은 그런 간절함조차 없음...

오레사마.... 뭐랄까.... 드디어 <퇴물>? 

 

6

또 뭘 기록하지... 흠...

4월 중순에....  코로나에 걸렸다.

내 동선... 집... 동네... 직장... 집... 동네... 직장...

일주일에 외출 세 번도 안 하는데... 걸렸다고......

내 생각엔 잠깐 컴 좀 쓴다고... 동네 피씨방 갔다가 걸린 것 같음 거기 아니면 걸릴 데가 없어 ㅅㅂ; 우리 동네 진짜 개헬인 거 같음. 무증상 감염자들이 본인들 코로나인줄도 모르고 막 싸돌아다니는 것 같아;; 나 확진받고 다음날 난 간 적도 없는 동네 헬스장에서 또 확진자 나왔다고 하니까 이건 추측이 아니고 ㄹㅇ임 우리 동네...코로나 HELL파티중이라고...

여하튼 난 증상이 좀 있는 편이었다. 그래서 좀 아팠고.... 진짜 너무너무 아팠던 때도 있는데 그건 딱 이틀... 그 뒤로는 호전증세를 보여서 생활치료센터에서도 금방 내보냄... 후유증이 남아서 아직도 기침을 한다. 이제 거진 한 달 된 것 같네... 병원에 가봐야하는데 혹시 몰라서 밖에 못나가겠어...ㅅㅂㅋㅋㅋㅋ 그리고 과제 때문에 진자 너무너무너무 바빴다.

병원... 내일은 가볼까... 콧물이 고이면 기침이 안나는데 콧물이 안날 땐 기침을 심하게 함 흑흑.. 말할 때마다 기침이 올라와서 집에서 흥얼거리는 것도 못해 ㅠㅠ.... 요리하면서 흥얼거리는 거 즐거운 일과였는데 못한다고!!!!!

이대로 가다간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친구들하고 다같이 노래방에 가서도 고음을 지르는 대신 각혈하고 말 거야.. 끔찍해... 그런 일만큼은 막아야해.... 하... 내 몸 힘내보라고....!!

 

7

덕질하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아..

제발 덕질하고 싶어...

아무 고민도 없이 덕질에 매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로소득이 필요해...

아무 고민도 없으려면 불로소득이 필요해

제발 덕질하게 해줘

하나님 부처님 시바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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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chat 2021. 4. 7. 00:12

학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생각보다 바쁩니다. 쉴 수 있을 땐 틈틈이 게임을 하고 있어요. 아는 언니가 페르소나4를 선물해줘서, 요즘은 데바데나 페르소나4를 번갈아 플레이 중에 있습니다. 아~ 페르소나4 재밌더라구요. 실시간으로 리뷰를 썼으면 좋았겠다고 아쉬워하고 있어요. 인물에 대한 평이 전반~중반~후반에 극도로 갈려서ㅋㅋㅋㅋ 기록해놨으면 분명 제 자신에게도 재밌는 경험이 됐을 텐데 말이에요. 그리고 전 여기서도 주인공 x 주인공 절친 잡았음; (시발 ㅋㅋㅋㅎㅋㅋㅋ)

지난 주엔 일주일 내내 제주도에 있었는데, 목요일에는 무시무시한 비가 내렸어요. 그 폭풍을 뚫고 돌아다녔더니 아직도 좀 피곤합니다. 몸이 예전같지 않아요... 믿을 수 없음. 나 분명 아무리 피곤해도 한밤만 푹 자면 말짱하게 회복했는데?

하~ 레그리 연재는 계속 머릿속으로 생각 중에 있어요. 왜. 내 머릿속에선 이미 결말났는데. 왜 써야되는 거야. 왜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어째서 결말까지 너무 먼 거야?!!!

학기가 좀 마무리되는대로 오타쿠 계정에서 활발하게 놀아보겠습니다.

레그리 화이팅 ><)9 사랑해 시벌 얘들아 

 

슬프게도... 내 주변은 다들 그리레를 팜. 내 동생의 오타쿠 지인들조차 그리레를 팠었다고 함. 레그리를 파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걸까? 솔직히 아직도 좀 믿을 수 없다.

차라리 그들이 그리레도 레그리도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레드와 그린이 어떤 친구들인지 알고 있고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도 아는데 그리레를 잡은 것이다.

젠장. 나는 생각했다.

무슨 소리야? 얘네는 절대로 레그리일 수밖에 없는데.

스토리 읽어보긴 한 거야? 이 스토리 무조건 레그리인데?

깔리면 에로한 쪽은 분명 그린인데? 깔아야 에로한 쪽은 분명 레드인데????

이런 반발이 드는 걸 보니 나. 결국 논리버가 된 걸까.

아니면 그저 그리레가 레그리에 비해 너무 메이저라서 질투에 눈이 돌아간 걸지도 모른다.

젠장! 알못들! 그리레 따위 눈길도 주지 않겠어 어차피 존나 눈길받고 있잖아!!

미워~~!!!!!

 

하지만 여러분? 페르소나4에선 주인공x주인공짱친이 메이저랍니다.

작은 위안을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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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르바라는 사람들과 함께 우두커니 서서 해안에 정박하는 배를 보았다. 수평선에서부터 나타난 까만 점이 써드빌로 다가와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았다. 가까워진 배의 갑판을 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조금 들어야했다. 바르바라는 갑판 위에서 죽었다고 생각한 얼굴들을 보았다. 
 해변의 기사들과 갑판의 기사들은 동시에 숨을 죽였다. 놀란 표정이 교환되고 잠시간 침묵이 있다가 마침내 누군가 입을 열었다. 그들이 돌아왔어. 갑판 위에 선 동료들이 모래톱으로 뛰어내렸다. 몇몇이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뛰쳐나갔고, 몇몇은 망연하게 제자리에 남았다. 바르바라는 후자였다. 그녀는 마음을 가다듬을 준비가 필요했다. 불과 이틀 전에 섬에 남겨진 자들을 완전히 마음 바깥으로 떠밀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틀 전에 이미 그들의 장례를 치른 참이었다. 하지만 바르바라는 늘 그렇듯이 곧 정신을 차렸다. 
 이반이 자신을 끌어안았을 때, 바르바라는 이반을 밀쳐내야 하는지 아니면 얌전히 안겨있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자신이 화가 나는지 우울한지 괴로운지를 확신할 수가 없었다. 모든 일들이 공중에 붕 떠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것 같았다. 이반은 바르바라를 힘주어 꽉 끌어안았다. 그 힘에 들려서 바르바라의 발끝이 땅과 조금 떨어져 있었는데 바르바라는 모든 일들이 바로 그 발끝에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 공중에 간신히 붙어서 땅에 닿을 듯 말 듯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바르바라는 생각했다. ‘이반이 살아 돌아온 게 맞는 건가?’ 다음으로 떠오른 생각은 무척 현실적이었다. ‘그럼 선써드의 모든 기사들이 수도로 올라가게 되는 건가?’ 
 바르바라는 이반에게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해주어야하나 고민했지만 이반은 들뜬 건지 아니면 제정신이 아닌 건지 자꾸만 다른 이야기를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바르바라는 얌전히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자꾸만 전쟁 생각을 했다. 
 정말 다섯 달이야? 그래서 머리가 이렇게 길었구나. 오년쯤 지난 뒤에 왔으면 널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네. 우리가 제때 도착했어. 다행이다. 
 제때 도착했다는 건 무슨 뜻일까. 너 전쟁에 나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거 알고 있니? 너는 앞으로 나보다 더…, 바르바라는 이반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수평선을 쏘아보다 말고 시선을 내리깔았다. 전쟁 이야기는 나중에 누군가 알아서 해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쌀쌀한 바람 때문에 앞 머리카락이 자꾸만 흩날렸다.
 “돌아오니 정말 좋은데.” 
 “응, 알아.” 
 바르바라는 왼손을 뻗어 이반의 뺨을 미약하게 어루만지다가 고개를 돌렸다. 표정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가 돌아와서 기뻐, 내 친구.” 
 내부의 통증을 숨기며 바르바라가 작게 속삭였다. 돌아와서 다행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 
 이반이 모래톱을 밟으며 다른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을 즈음에야 바르바라는 이반의 몸이 자신과 다르게 무척 따뜻했음을 상기했다. 방금의 이반이 정말로 기뻐했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바르바라는 이반의 뒷모습을 한 번 흘끔거리다 고개를 돌렸다. 
 살아 돌아온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바르바라는 한 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바르바라는 그들이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죽었을 거라는 생각을 확고하게 굳힌 이후로는 더 이상 그런 것들을, 혹은 그런 비슷한 것들조차 상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을 수가 없는 것들이 있었다. 도무지 참을 수가 없는 사실들이. 바르바라는 모래톱을 마저 내려오다 말고 갑판에서 뛰어내리는 길리언을 발견한 그 순간 그 사실들이 일제히 그녀를 향해 칼날을 겨누는 것을 격렬하게 느꼈다. 길리언이 중심을 잡기 위해 몇 번 비틀거리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바르바라는 그 자리에 오래 서있었다. 이번에는 북풍이 불어서 바르바라의 머리카락이 전부 길리언이 서있는 방향으로 흩날렸다. 파도소리가 들렸다. 길리언은 천천히 바르바라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의 거리가 점차 좁혀졌다. 바르바라는 길리언의 갈색 머리카락과 나란한 두 개의 점과 순한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길리언이 바르바라를 내려다보다 말고 고개를 숙였다. 바르바라는 두 손을 뻗었다. 길리언이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바르바라.” 
 바르바라는 두 손으로 길리언의 머리카락을 쓸어보다가 그대로 미끄러뜨려서 얼굴을 더듬거렸다. 길리언의 둥근 이마와 긴 속눈썹과 콧잔등과 인중과 입술과 턱을 매만지고 탐색하고 확인했다. 길리언이 눈을 느리게 감았다가 떴다. 살아있나? 실체를 갖춘 무엇인가? 따뜻한가? 모든 것을 확인한 바르바라의 손이 마침내 힘 빠진 것처럼 스르르 미끄러졌다. 
 바르바라가 고통스럽게 속삭였다. 
 “네가 더 오래 살아야한다고 생각했어…,” 
 …. 
 “너무 어리다고…,” 
 섬에 남은 사람들의 죽음을 내제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그중에 가장 어린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바르바라가 도무지 용서할 수가 없었던 건, 그가 길리언이었다는 사실이다. 길리언을 제자로 두지 않았더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기가 훨씬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바르바라는 인간이고 부끄러움을 안다. 책임감을 안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소년에게 부채감을 가질 줄 안다. 
 “고통스러웠니?” 
 그건 사실 바르바라 자신에게 묻는 말에 가까웠다. 
 길리언은 바르바라의 손끝을 붙잡았다가 놓으면서 중얼거렸다. 
 “네.” 
 길리언이 속삭였다. 
 “네, 스승님.” 

 2. 
 두고 왔던 절반의 기사들이 돌아왔다. 비워놓은 방에 다시 사람이 들어찼다. 귀환자들이 마을에 모습을 드러내고 식당에서 밥을 먹고 이따금 술잔을 비운다. 일상이 돌아왔다. 다섯 달 동안 남은 자들이 결코 되찾지 못 한 일상이 돌아오고 있었다. 
 바르바라는 숙소로 돌아가는 대신 하루의 대부분을 오즈의 사무실에 처박혀 일을 하는데 보냈다. 귀환자들이 써드빌로 가지고 온 것은 기쁨과 충격, 놀라움과 고통, 그리고 마법과 서류뭉치들이었다. 알렉스가 돌아왔지만 바르바라는 다섯 달 동안 지속해서 처리 중인 수십 가지 종류의 서류를 알렉스에게 떠맡길 수 없음을 알았다. 게다가 가만히 있으면 머리가 아팠다. 생각해야 할 것들이 무척 많았는데, 바르바라는 그 생각에 떠밀려가기보다는 어딘가에 붙어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실제로 현명한 판단이었다. 바르바라는 남은 이들의 생환 이후에도 사무실에 붙어 말없이 전투적으로 일을 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이따금 사무실로 누군가 찾아올 때도 있었다. 오즈월드를 찾는 사람일 때도 있었고 바르바라를 찾는 사람일 때도 있었다. 바르바라는 누군가 오즈월드를 찾을 때에는 얌전히 자리를 비켜주었지만 자신을 찾는 사람일 때는 지금은 바쁘다는 식으로 그들을 돌려보냈다. 오즈월드는 그 때마다 서류뭉치에서 고개를 들고 바르바라를 바라보았다. 
 “피하는 건가?” 
 한 번은 그런 질문을 받은 적도 있었다. 
 “말이라고 하니.” 
 바르바라는 서류를 넘기며 부드럽게 시치미를 뗐다.
 “할 일이 너무 많잖니, 오즈.” 
 바르바라는 서류 위로 글씨를 작성하면서 중얼거렸다. 
 “여기 있는 편이 차라리 마음이 편해.” 
 진심이었다.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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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즈오빛전 «鯰尾山の神»
2차/new 2021. 1. 19. 02:20

 1

 눈을 떴을 때, 그는 거적에 말려있었다. 불편한 자세였다. 그 다음으로 느낀 건 추위였다. 발끝이 너무 차가워서 고통조차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는 자신이 발가벗고 있다고 느꼈다. 바람을 막아줄 만한 옷 같은 게 몸에 걸쳐져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거적에 말린 채로 그레인은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손가락을 조금 꼼질거리려고 했을 뿐인데 시간이 갑자기 느리게 흐르는 것만 같았다. 움직여지지 않고 있거나, 움직이는 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들고 있는듯했다. 결국 그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걸 포기하고(손가락은 실제로 조금 움직이기는 했지만, 감각이 없었으므로 그는 느끼지 못했다) 잠시간 그대로 누워있었다.

 얼마 뒤 졸음이 몰려왔다. 그는 덜컥 겁이 났다. 다시 몸을 움직여보기로 했다. 온몸을 통나무처럼 굴려보자 과연 어떻게든 될 것 같았다. 한참 후, 그레인은 거적에서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거적에 엎어진 채 헐떡이다가 천천히 바닥을 짚고 엎드려 앉았다. 이제 보니 그는 얇은 하얀색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바람이 숭숭 들고 있었지만 어쨌든 최소한 발가벗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입고 있던 옷은 누군가 벗겨간 것 같았다. 속옷까지 전부 벗겨졌다. 그레인은 자신이 투기된 것을 깨달았다. 주변에는 인적이 없었다. 눈이 차곡차곡 쌓인 나무들은 바싹 마른 가지를 하늘로 쳐들고 있었고, 바람은 살을 에는 듯 칼날 같았다. 소리를 쳐도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 이 산에는 아무도 없으니까. 이 산은 아무도 오르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이곳은 신의 산이었다.

 

 2

 그레인이 기억하기로 마을 사람들은 환희로 가득 차있었는데, 낫과 쇠고랑과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그들은 그레인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른 뒤에, 그가 집에서 나오지 않자 문을 부수고 들어왔다. 그때 그레인은 뒷마당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부르는 것도 당연하지만 듣지 못했다.

 앞장 선 사람은 사요코 아주머니였다. 이 모든 걸 주동한 사람도 그녀였다. 기름을 먹은 나무 몽둥이로 그레인의 뒤통수를 힘껏 후려쳤다. 그레인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모로 쓰러졌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의식이 남아있었다.

 사람들은 허겁지겁 그레인을 빙 둘러싸고 그가 기절했는지 확인했다. 사요코 아주머니가 그를 발로 뒤집으려 했다. 그레인이 순순히 뒤집히지 않고 땅에 버티고 누워있자 몽둥이를 집어던지고 손으로 뒤집어 얼굴을 확인했다. 의식이 있는지 뺨을 치고 다정하게 이름을 불렀다. 그에게 의식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자 남은 마을 사람들이 수를 썼다. 가지고 온 무기를 유감없이 그 용도에 맞게 사용했다. 심지어는 손도 쓰고 발도 썼다. 하지만 몸을 크게 훼손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바닥에 피를 흩뿌리지 않고 사람을 훼손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재앙을 겪어온 마을은 그런 일들을 익숙하게 할 수 있었다.

 

 ‘시발.’

 너무 춥고 졸려서 그레인은 다시 엎드렸다. 눈을 감자 모든 게 귀찮아졌다. 등을 에는 바람은 이제 바람이 아니라 날붙이처럼 느껴졌다. 잘 벼린 칼로 등을 조금씩 포로 떠내고 있는 것 같았다. 몸이 너무 차가워져서 이젠 입김도 나지 않는 듯했다. 그는 숨을 갈수록 천천히 내쉬었다. 이대로 죽는 건가 했다. 억울함조차 느껴지지 않았는데, 몸에 힘이 너무 빠져서 그런 것 같았다.

 어렴풋하게 어떤 소리가 들렸다. 설명하기 힘든 소리였다. 그것이 뿌리를 뛰어넘고 바싹 마른 대지를 가로질러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빠르고 경쾌했다. 마침내 그것이 그의 앞에 멈추어 섰다. 그쯤에 그레인은 몸이 너무 뻣뻣해져서 고개를 들 기운조차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그것을 확인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어쩌면. 그래서 그는 고개를 들었다.

 

 3

 그것은 발이 달린 메기였다. 시큰둥하고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입을 열었을 때, 그레인은 소스라치게 놀랐는데, 그는 그것이 말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임메?”

 그것이 말했다.

 그레인이 답하지 않자 그것이 한 번 더 물었다.

 “다섯 번째임메?”

 이상한 일이었다. 무력한 상태로 맞이하는 죽음의 권태에 패배해 누워있던 그레인은 기묘한 상황에 이끌려 조금 더 살고 싶어졌다. 눈앞의 이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잠시 후 그레인이 물었다.

 “너는 누구야?”

 대답이 돌아오기 전에 그가 조용히 덧붙였다.

 “鯰尾山의 신이야?”

 그때 산 끝에 닿았던 바람이 두 사람에게로 돌아왔다. 어떠한 힘에 거슬러 올라온 것처럼, 그 보이지 않는 차가운 칼날이 두 사람을 에워싸고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시간을 역행하고 재앙을 수복하는 권능의 힘이었고 동시에 모든 것을 파괴하는 자연의 힘이었다. 그러면 그 바람을 따라 눈발은 벚꽃처럼 사방으로 흩날리고 또 흩날리는 것이었다.

 그것이 다시 입을 연 건 그 모든 눈발이 그들 앞에 엎드리고 난 후였다.

 “그렇담메.”

 나마즈오鯰尾가 대답했다.

 

 4

 자신을 신이라고 소개한 그 메기는 그레인을 다시 거적에 말았다. 그레인은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으면서도 얌전히 거적에 말렸는데 일단 몸에 힘도 없었거니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묘한 사건에는 죽음만큼 강력한 힘이 있었는데 사람을 순응하게 만드는 어떤 운명적인 기운이 바로 그것이었다.

 얼마 뒤 그레인은 메기의 신분을 의심하게 됐다. 자신을 짊어지고 세 발자국이나 걸었을까, 별안간 눈밭에 주저앉더니 기절해버린 것이다. 얼어붙어 잘 떠지지도 않는 눈꺼풀을 힘겹게 열어 그 꼴을 확인해보니, 나마즈오의 눈이 뒤집어지고 입에는 거품을 물었다. 도무지 신처럼 보이지 않는 모양새였다.

 아, 나는 이대로 메기랑 얼어 죽는 건가?

 “메메메메메, 죽지 않는담메!!”

 벌떡 몸을 일으킨 나마즈오가 거칠게 그레인 보쌈을 들어올렸다. 여전히 눈이 뒤집힌 상태로 봐선 의식이 사라진 것으로 보였지만, 아까와는 다른 기세로 그를 들쳐 메더니 단숨에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돌로 깎은 불상처럼 몸이 한 덩어리로 굳어져있던 그레인은 이대로 잘못해서 나무에 부딪치기라도 하는 날엔 산산조각 나버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동굴 앞에 도착한 나마즈오는 그레인을 안쪽에 내려놓고 예의 그 기묘한 발소리를 내며 몇 발자국을 더 걷더니 꽈당 쓰러져버렸다. 그리고 이번엔 진짜로 움직이지 않았다.

 …….

 저거, 진짜 신일까?

 

 5

 깨어난 나마즈오는 그레인이 자길 동굴까지 옮겨준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름이 뭐람메?” 

 불에 장작을 던져 넣으면서 메기가 물었다.

 그레인은 자신을 어떻게 소개해야하나 잠시간 고민했다.

 “그레인.”

 물에 방구 뀌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저 자식, 방금 웃은 거지?

 “이름이 그게 뭐람메?”

 “네 이름은 뭔데?”

 대답이 돌아오지 않아 고개를 돌리니 나마즈오가 그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불 그림자가 일렁이는 그 얼굴이 조금 무서워보여서 그레인은 내심 당황했다.

 잠시 후 나마즈오가 몸을 돌려 앉았다. 구석에서 냄비를 꺼내오더니 불 위에 지지대를 새워 매달았다.

 “이름이 그런걸 보아하니 너는 물 건너 사람인가봄메?”

 “. 그런 것 같아.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그의 부모님은 그가 다섯 살 때 죽었다. 어머니는 돌림병으로, 아버지는 실종이었다. 아마 아버지 쪽은 재물이 되었을 것이다 라고 현재 비슷한 일을 당한 그레인은 추측했다.

 “마을에서 쓰는 이름은 코우센이야.”

 “코우센 쪽이 부르기엔 훨씬 낫담메.”

 “마음대로 해라.”

 나마즈오가 진흙색으로 굳어진 된장을 냄비에 집어넣었다. 그레인은 발끝이 조금 녹은 것을 느꼈다. 손가락을 꼼질거리자 움직임이 느껴졌다. 불꽃 때문에 다른 의미로 아까와는 다르게 노곤해지고 있었다. 나마즈오는 서두르지 않고 국자로 냄비를 휘휘 저었다. 지나치게 느긋하고 여유로운 몸짓이었다. 발소리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코우센은 마을에 배신당했음메?” 

 그레인은 말문이 막혔다.

 “그래.”

 “니네 마을도 참 바보같담메.”

 나마즈오가 국자를 퍼서 뭔가를 맛보았다. 꼬리를 부르르 떨더니 눈이 게슴츠레해졌는데 그러자 조금 똑똑해 보이는 것도 같았다.

 “?”

 그레인이 물었지만 나마즈오는 된장을 조금 더 집어넣을 뿐이었다

 그레인이 한 번 더 물었다.

 “바보 같다니?”

 호록호록 된장죽을 퍼먹던 나마즈오가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 다 된 것 같담메.”

 “너는 실은 신이 아니야?”

 “그릇을 줄 테니까 좀 먹어보람메.”

 “……고마워.” 

 그레인은 죽을 먹었다. 더럽게 맛없었다.

 “확실히 요리의 신은 아니구나.”

 “얻어먹는 주제에 말이 많담메.”

 나마즈오는 자신의 수염을 매만지며 투덜거렸다.

 “확실히, 나는 너희들이 기대하는 그런 능력은 없담메.”

 ‘신이 아니었구나.’

 죽을 조금씩 홀짝이며 그레인은 생각했다. 몸이 녹기 시작하니 육신의 시간과 함께 멈춰있던 고통도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얻어맞은 등이 욱신거리고 반쯤 뜯긴 발톱에서 끔찍한 통증이 느껴졌다. 바늘 수 천 개로 찌른 발가락을 쇳물에 담근 것만 같은 고통이었다.

 고통으로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면서 그레인은 죽 그릇을 내려놓았다. 어느새 나마즈오는 그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 저렇게 말없이 바라보면 멍청해 보이면서도 표정이 없어 제법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말이지.

 나마즈오가 다가왔다.

 “나는 비를 내리게 하진 못한담메.”

 축축한 지느러미가 뺨을 매만지는 게 느껴졌다. 그레인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아득해지는 정신속에서 나마즈오의 목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인정머리가 없진 않담메.”

 입술에 축축한 감각이 닿는 것도 같았다.

 잠시 후 고통이 씻은 듯이 사라졌고,

 그레인은 기절했다.

 

 

지인네 빛전 자유리퀘스트 받아서 썼음

나마즈오야마에 인신공양당한 그레인과 신인지 허접메기인지 모르겠는 나마즈오의 만남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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