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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일리 레무어가 열일곱 살일 때 바르바라는 스물다섯이었다. 헤일리가 입단식을 마치고 막 선써드에 입단했을 때 바르바라는 입단 6년차 고참이었다. 이제 막 어린 티를 벗기 시작한 소년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바르바라는 참새 따위를 생각했다. 작은 갈색 새가 막 알을 깨고 나와 젖은 깃털을 말릴 시기 같은 것이 소년의 시간을 관통하며 느린 구름처럼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오즈는 그런 애송이를 바르바라에게 떠맡겼다. 입단식을 갓 마친 따끈따끈한 신참이라고 설명하면서 기본적인 검술을 바르바라가 가르쳐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오즈는 또 바르바라가 기사단에 (심지어는 자신보다)오래 몸담고 있던 몸이니 정식으로 검술 수업을 받은 귀족들보다는 못 할지 몰라도 누군가를 가르칠 능력 정도는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능청을 부렸다. 바르바라는 오즈에게 그가 귀족인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안 그랬으면 이렇게 귀찮은 일을 떠맡겨버린 건에 대한 피의 복수를 면치 못 했을 거라고 대꾸하려다 그만두었다. 어차피 오즈는 바르바라가 피의 복수로 응징해도 그 피를 와인 잔에 받아 마실 위인이지 자신의 불찰에 용서를 구할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헤일리는 일찌감치 오즈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지 대련 장에 서서 바르바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르바라는 이번 해 입단식에는 참석하지 않았기에 헤일리를 가까이서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참새의 이미지를 떠올린 것도 그때였다. 헤일리가 먼저 정중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안녕, 레무어.” 바르바라는 이미 오즈로부터 그의 이름을 들어 알고 있었다. 

 “난 바르바라 체사레야.” 

 “네, 알고 있어요.” 

 “다들 난나라고 부르지만 호칭은 편할 대로 하렴.” 

 바르바라는 목검을 주워서 몇 번 들어보다가 내려놓고는 그 옆에 놓인 좀 더 무거운 목검을 집어 들어 헤일리에게 건넸다. 그러고는 자신은 좀 더 가벼운 목검을 들었다. 

 “검 다룰 줄 아니?” 바르바라는 헤일리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판단했다. 

 “여기 들어올 정도면 조금은 하겠지.” 

 헤일리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검을 고쳐들었다. 바르바라는 헤일리의 검잡는 폼을 눈으로 빠르게 훑었다. 어깨가 올라갔고 손목이 비뚜름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감으로 취한 폼이라도 이 정도면 합격점이다. 선루스에는 오합지졸이 많았고 바르바라는 이보다 더 나쁜 폼도 많이 보았다. 바르바라의 시선이 헤일리의 손등에 머물렀다가 떨어졌다. 

 “휘둘러보렴.” 

 그런 후 바르바라가 선공했다. 

 의외로 헤일리는 검을 다룰 줄 몰랐다. 바르바라는 간단히 쓰러진 헤일리의 앞으로 목검을 겨누면서 평화롭게 호흡했다. 폼이 괜찮아서 잘 해낼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헤일리는 초짜였고 바르바라를 올려다보면서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르바라가 손을 내밀었다. 

 “오즈가 널 가르치라고 했으니 도와줄게. 나한테 배워.” 

 헤일리는 바르바라의 손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붙잡고 일어났다. 그러나 잡은 손에 힘을 주거나 바르바라의 팔을 끌어당겨 그 반동으로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헤일리는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일어났다. 손을 잡은 건 단지 바르바라가 손을 내밀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헤일리는 일어서자마자 바르바라의 손을 놓고는 떨어진 목검을 주웠다. 

 “그러기 위해서 왔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체사레 경.” 

 헤일리는 자신의 모든 일을 마친 후에야 비로소 그렇게 대답했다.

 초짜지만 오합지졸은 아니구나, 라고 바르바라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기사로 근무하면서 바르바라는 많은 사람에게 자질구레한 것들을 가르쳤다. 열아홉에 입단해서 스물다섯이 되도록 스스로 터득한 것들이었다. 바르바라는 써드빌의 미로 같은 지름길을 알았고, 뒷골목의 소문들과 써드빌의 괜찮은 식당들과 잡상인들의 바가지 수법을 피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한밤중에 새 시트가 필요할 땐 숙소의 어디로 찾아가야만 하는지, 단장의 말장난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요령 좋게 땡땡이를 부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검술을 제대로 가르쳐본 적은 없었다. 귀족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르바라는 검술을 입단 전에 독학했고(그나마도 첫 입단식에선 고배를 마셨다), 입단 초기에는 그 어설픈 검술로 절절맸다. 지금에 와서는 요령껏 검을 부릴 수 있게 되었지만 처음부터 야매로 배운 것이었으므로 누군가를 가르칠 만한 것은 못 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오즈 그 뻔뻔한 자식이 이 사단을 내놓은 것이다. 

 대충하면 그만이지. 바르바라는 느슨하게 생각했다. 몇 번 휘두르는 폼을 고쳐주고는 나 몰라라 떠나도 괜찮지 않을까. 써드빌에선 엄격한 일들이 잘 발생하지 않았다. 제대로 배우지 않은 검술도 이곳에서는 빛을 발하고는 한다. 종종 있는 일이었다. 바르바라 역시 거쳐 온 역사였다. 헤일리에게 그런 역사를 물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다음 날에도 헤일리는 제시간에 대련장에 서서 바르바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빳빳한 옷을 가지런하게 차려입고 반듯하게 서있었다. 모난 구석이 없었고 느슨하게 풀어진 지점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뻣뻣하고 융통성이 없어보이지도 않았다. 한 마디로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적당히 조여 묶은 보따리를 보는 기분. 그 “적절함”의 상태는 잘 관리되어 있는 것이었다. 헤일리는 자신을 그런 식으로 통제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가 귀찮아하면 금방 눈치 챌 타입이었다. 바르바라는 이 수업을 은근슬쩍 어물거리며 넘길 수가 없다는 것을 예감했다. 그만두고 싶다면 헤일리에게 직접 다른 사람을 찾아보라고 이야기해야 할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정말 그렇게까지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바르바라는 대련장으로 올라서서는 헤일리에게 고갯짓으로 인사했다. 

 “안녕, 레무어.” 

 “안녕하세요, 체사레.” 

 헤일리가 따라서 고갯짓으로 인사했다. 

 그 날 바르바라는 그에게 검을 쥐는 법과 기본적인 폼을 알려주었다. 원래는 자신이 늘 쓰는 자세를 가르쳐주려고 했었다. 손목을 낮게 내리고 부담을 줄이는 자세였다. 크고 묵직한 것을 베어낼 때는 불리하지만 가벼운 싸움을 제압하기엔 그 자세가 적격이었는데 바르바라는 그것을 써드빌의 모든 것과 닮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바르바라는 어느 순간 자신이 헤일리에게 다른 방식의 폼을 알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정직한 방식으로 검 손잡이를 쥐고 꼿꼿하게 서서 앞으로 뻗는 방식이었다. 바르바라는 스스로도 조금 당황했다. 그것은 선루스를 오며가며 마주치는 귀족출신 단원들의 어깨 너머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들을 닮아있었다. 바르바라가 헤일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것은 반듯하고 흠 없는 정식 검술 폼이었다. 

 첫 번째 수업이 끝났을 때, 바르바라는 목검을 내리고는 헤일리를 쳐다보며 물었다. 

 “레무어는 편한 게 좋니, 힘든 게 좋니?” 

 곧이어 바르바라가 내 말은, 하고 정정했다. “어떤 방식으로 배우고 싶냐는 뜻이야.” 

 헤일리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요.” 

 헤일리가 고저 없이 대답했다. 

 

 그 날 바르바라는 일부러 먼 길을 돌아갔다. 해안선을 따라 걸으면서 보초근무지역을 하나하나 눈으로 훑어보았다. 그녀는 마침내 원하던 것을 찾았다. 바르바라가 찾던 사람은 모래사장에 서서 노을을 바라보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귀족 출신의 누구였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좌천되어 온 기사였는데 곧 성으로 돌아갈 거라고 들었다. 어쨌든 성으로 귀환하기로 마음먹기 전에도 그녀는 종종 이 부근에서 홀로 검술을 연습했었다. 귀족들이 다 저렇게 성실하다면 좋겠는 걸(그렇다, 바르바라는 오즈를 생각하고 있었다). 바르바라는 근처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그녀를 훔쳐보았다. 귀족적인 몸짓이었다. 노을이 져가는 동안 그녀는 몇 번이고 허공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바르바라는 눈을 뜨고 시선으로 그녀의 몸짓 하나하나를 관찰하여 마음속 양피지에 가지런히 기록해두었다. 

 완전히 해가 졌을 무렵, 바르바라는 숙소로 돌아와 마음속에 기록한 그것들을 꺼내어보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방에 두 다리를 벌리고 서서 검을 휘둘러보았다. 눈을 감고 노을과 귀족의 그림자 따위를 생각했다. 그녀는 그것을 몇 번 반복한 후에 몇 가지 엉성했던 지점을 종이에 기록해 서랍에 넣었다. 바르바라는 그 날 조금 늦게 잠들었다. 

 

 다음 날 바르바라는 약속시간보다 일찍 대련장에 도착해 헤일리를 기다렸다. 헤일리는 대련장에 들어서다 말고 바르바라를 올려다보았다. 

 “안녕.” 바르바라가 먼저 인사했다. 

 “네, 안녕하세요.” 헤일리가 대답했다. 

 두 번째 수업에서 바르바라는 헤일레에게 검을 휘두르는 세 가지 기본자세를 알려주었다. 지난밤에 잠을 자는 대신 직접 휘둘러보며 익혔던 것이다. 야매라고는 해도 검술에 기본기가 잡혀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배울 수 있었다. 사실 바르바라는 그런 식으로 ‘훔치는’ 일을 잘했다. 빠르게 배웠고 남을 금세 따라했다. 바르바라는 자신이 귀족출신의 기사를 가르치는 스승이라도 된 것처럼 엄격하고 빈틈없이 검술을 가르쳤다. 헤일리는 바르바라가 움직일 때 조급하게 따라 움직이는 법이 없었다. 그 자리에 반듯하게 서서 바르바라가 하는 것을 주의 깊게 살핀 후, 자신이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검을 쥐고 똑같이 휘둘렀다. 헤일리는 바르바라가 그랬던 것처럼 빠르게 배우고 금세 따라했다. 아주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헤일리라면 어쩐지 그럴 것 같았다. 바르바라는 헤일리와의 첫 번째 수업을 되짚어보았다. 반듯하고 가지런하게 서서 자신을 기다리던 헤일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잘 관리되어 있는, 의도적인 “적절함”…. 자신을 통제할 줄 아는 자들은 무엇을 배울 때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 것을 취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바르바라가 그러했듯이. 써드빌 외부의 역사를 물려주려고 했는데 바르바라 내부의 역사를 물려줘버린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헤일리가 바르바라로부터 배우고 있는 것은 그녀가 훔쳐온 귀족적인 검술이 아니라 바로 그 능숙한 태도가 아닌가. 바르바라는 목검의 손잡이를 매만지다가 힘주어 단단히 붙잡았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헤일리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그런 것들을 물려줄 수는 없다. 타고난 성정에서 비롯된 것들을. 

 

 수업이 여덟 번째, 아홉 번째, 열 번째에 이어 더 이상 두 손으로 그 횟수를 셀 수가 없을 정도로 이어졌을 때, 헤일리는 엄격한 바르바라의 수업에 익숙해졌고 바르바라는 밤잠을 줄이며 자신이 훔쳐온 검술을 익히는 생활에 길들여졌다. 오즈는 바르바라에게 헤일리를 맡겨놓고는 정작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감시하거나 확인하려는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는 것 같았다. 한 번은 복도에서 바르바라를 마주쳤을 때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그래서 수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라고 물어보았다. 바르바라는 오즈에게 어떤 말을 퍼부어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가 어깨를 으쓱이고는 별일 없다고 대답했다. 헤일리를 가르치기 위해 자신이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 사실을 오즈가 알았더라도 그는 지극히 건설적인 방향의 전개라고 대답해서 바르바라를 짜증나게 만들었을 것이다. 

 어찌됐든 헤일리는 훌륭한 학생이었다. 바르바라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이렇게나 재미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는 게 좀 분할 정도였다.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돌보아주는 일은 그때까지 그녀에게 가장 귀찮은 일 중 하나였는데 헤일리를 가르치는 일만큼은 꽤나 재미있었다. 물론 바르바라도 그것이 헤일리가 영민하고, 답답한 구석도 없을 뿐더러 자신과의 거리를 능숙하게 유지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 헤일리가 아니었더라면 바르바라는 직접 자신이 배워가면서 누군가를 가르치려 들지 않았을 것이다. 아예 검을 집어던지고 금세 농땡이를 부렸을 지도 모른다. 써드빌 외부의 역사를, 사람을 느슨하고 헤이하게 만드는 평화로움을 물려주고는 나 몰라라 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헤일리를 가르치던 날들이야말로 바르바라가 살아가며 보기 드물게 타인에게 성실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죽어도 밤마다 앞질러 연습한다는 걸 레무어에게 말하지는 않을 거야. 바르바라는 생각했다. 그 정도로 열성이었다는 걸 헤일리에게 말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헤일리가 그런 것을 알고 싶어 하지도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헤일리가 바르바라의 손에서 목검을 떨어뜨리게 만든 날, 바르바라는 가슴에 켜켜이 기록하여 겹쳐놓았던 양피지가 모조리 헤일리의 마음속으로 빨려 들어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이상 넘겨줄 것이 남아있지 않은 가슴에는 그 이상의 정보도 없었고, 구멍이 뚫린 것처럼 흉흉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러나 목검이 바닥으로 떨어져 바르바라의 발끝을 스쳤을 때, 그래서 고개를 들어 헤일리를 쳐다보았을 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 깊은 녹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그곳에서 순간적으로 스쳐간 성취감이 반짝 빛나는 것을 목격했을 때, 바르바라는 가슴의 구멍이 닫히고 따뜻한 액체 같은 무언가가 들어차는 것을 느꼈다. 

 헤일리는 한 발짝 물러나더니 크게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이겼군요.” 

 바르바라는 눈을 내리깔고 웃었는데 드물게도 진심이 담긴 웃음이었다. 

 “그래, 네가 이겼구나.” 

 바르바라가 두 번이나 대답했다. 

 “네가 이겼구나.” 

 바르바라는 자신이 그 순간 정말로 헤일리의 스승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에게 애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헤일리가 자랑스러웠고 그가 대단히 훌륭했다는 사실을 그 자신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 번이나 중얼거렸던 것이다. 

 

 그 뒤에도 몇 가지 일들을 더 했지만 예전처럼 엄격하지는 않았다. 헤일리는 더 이상 자신이 배울 게 남아있지 않으며 나머지는 스스로의 경험으로 성취해야 한다는 것을 점잖고 예의바르게 인정했다.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 줄어들자 바르바라는 헤일리에게 난나 샌드위치를 만들어주면서 그것을 베어 무는 헤일리의 미묘한 표정변화를 지켜보는 것을 새로운 재미거리로 삼았다. 헤일리는 표정을 숨기는데 능숙한 편이었으므로 바르바라는 그를 관찰하기 위하여 눈을 가늘게 떠야만 했다. 그러고는 헤일리가 샌드위치 안에 무엇을 넣었을 때 눈을 빛내거나 흡족해하는지를 마음속 양피지에 기록했다. 그러니까… 그 양피지에는 누군가로부터 훔쳐온 것들만 기록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헤일리는 샌드위치 안에 튀긴 닭이 들어있을 때 가장 좋아했고 바르바라는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는 한 번도 그것을 잊은 적이 없다. 

 

 두 사람이 더 이상 대련장에 모이지 않게 되었을 무렵부터는 샌드위치를 만드는 일도 줄어들었다. 대신 그들은 이따금 함께 근무를 나섰다. 별 거 아닌 일들을 해치우고 신속하게 숙소로 돌아가는 일들을 하면서 대화는 많이 나누지 않았다. 그 날에는 집을 나간 말을 몰아서 마구간으로 끌고 왔었다. 의뢰를 해온 로잔네가 두 사람에게 무척 고마워하며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집안사정 탓에 내일 장에 말을 팔러갈 참이었는데 그 녀석이 달아나버려서 곤란해 하던 참이었다고, 기사님들 덕분에 살았다고 연거푸 중얼거렸다. 헤일리는 상냥하고 친절한 얼굴로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고 대답했고 바르바라는 로잔네가 자신의 손을 붙잡고 다시 고맙다는 말을 반복할까봐 일부러 거리를 벌려 떨어져 있었다. 그런 와중에 로잔네가 두 사람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오늘 닭을 잡았답니다. 양념을 쳐서 팔팔 끓는 기름에 튀길 생각입죠. 기사님들이 오시면 아이들도 기뻐할 겁니다. 어차피 저희 가족이 먹어치우기엔 양이 꽤 됩니다.” 

 물론 헤일리와 바르바라는 거절했다. 정말이지 그렇게나 단호하고 부드럽게 거절할 수가 없었다. 로잔네는 포기하지 않았다. 질기게 초대하면서 두 사람의 팔을 잡아끌기까지 했는데 나중에는 사정하는 투에 가까워서 두 사람에게 닭을 먹이지 않으면 어디 가서 목이라도 잘릴 사람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두 사람은 그의 기분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정중함을 유지하며 그를 떨어뜨리기 위해 전전긍긍하느라 남은 근무시간을 모조리 날려버렸다. 

 돌아오는 길에 바르바라는 넓은 해안선을 바라보면서 말을 아꼈다. 써드빌의 인심은 붙임성 좋은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것이겠지만, 하고 바르바라가 생각했다. 하지만 귀찮아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야. 그러다 문득 자신과 나란하지 않게, 하지만 너무 멀리 떨어지지도 않은 거리에서 헤일리가 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가 기울어져서 그림자가 졌기 때문이었다. 바르바라는 자신의 그림자와 헤일리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다 말고 한데 뒤섞이는 것을 내려다보면서 걷는 속도를 늦췄다. 헤일리의 걸음걸이와 비슷해지자 그녀는 그 속도에 맞추어 걷기 시작했다. 

 “나는 사실 별로… 안 좋아해… 이런 일들.” 

 바르바라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헤일리는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다. 

 “사람이 언제나 사람과 통하지 않는다는 건 슬프지요?” 

 바르바라는 헤일리를 쳐다보았다. 

 “…저도 그렇지만.” 

 헤일리는 그렇게 덧붙이고는 공범 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바르바라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가 고개를 돌렸다. 

 “사실 그렇게 슬픈 것도 아니면서.” 

 “그냥, 붙여보는 말 같은 거예요. 그런 거.” 

 헤일리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아시면서.” 

 그래, 알고 있어. 바르바라는 그렇게 대답하는 대신 다시 앞서 걸어서 헤일리와 거리를 벌렸다. 헤일리의 손등이 떠올랐다. 검을 잡을 줄은 몰랐으나 여러 생체기가 나있고 여러 가지 일을 매만지고 거쳐 왔을 그 손을 처음 보았을 때, 바르바라는 생각했었다. 초짜지만 오합지졸은 아니구나. 그러고는 검을 쥐는 법을 가르치면서 몰래 밤마다 홀로 연습을 했었다. 헤일리에게 결코 말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그도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르바라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러내지 않는 것들을 헤일리는 전부 알고 있을까? 그렇다면 헤일리는 그 때, 바르바라의 손에서 검을 쳐내던 그 순간, 바르바라의 두 눈을 바라보면서, 그녀의 마음속으로 차오른 따뜻한 액체의 존재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가 얼마나 훌륭했는지. 어째서 바르바라가 패배를 두 번이나 시인하게 되었는지. 그 액체를 뭐라고 불러야 좋은지. 

 하지만 그런 것들을 물어보지는 않는다.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발각했지만 거리를 벌린 채 나란히 걸어간다. 

 바르바라가 헤일리와 자꾸만 거리를 벌려 걸으면서 입으로만 “헤일리, 해가 지고 있구나.”라고 말한다. 헤일리는 대답한다. “그러게요, 바르바라.” 해가 지고 있군요. 

 그런 역사가 물려지거나 교환되며 앞으로 엇갈려 나아갔다. 

2018/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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