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ara

티스토리 뷰

Hello, Stranger! «이상한 사람»
1차/old 2019. 10. 20. 01:26

1.

킹우드에 들어왔을 때, 헬레나는 이제 막 스무 살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너그럽게 마음을 먹자면 여전히 스무 살 초반이었다. 누군가는 헬레나에게 이런 일을 하기엔 어리거나, 아직 다른 기회가 있다고 말해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헬레나는 열네 살에 부모를 잃은 후부터는 줄곧 동생을 키우며 거의 홀로 지냈다. 사교성을 기르거나 공감능력을 키울 기회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조언을 해줄 어른이나 윗사람 역시 없었다. 헬레나는 오로지 자신의 판단과 결정만으로 조직에 들어가 사람을 죽이고 보수를 받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총 한 자루만을 지급받고 종종 현장에 투입되었다. 조직에서 제대로 된 임무 내용을 알려준 적이 손에 꼽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은 무지한 상태로 진행되었다.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총격으로부터 살아남는 게 헬레나의 주된 임무였다. 대여섯 번 정도 살아 돌아온 후에야 헬레나는 조직이 기대를 걸지 않는 신입마피아들을 종종 현장의 총알받이로 내보내곤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뒤로 헬레나는 지급받은 총을 장전하고, 기둥으로 몸을 날리는 대신 총을 쏘며 앞으로 내달리는 사람이 되었다. 매번 운을 시험하고 사람을 죽였다. 경력보다 빠르게 승진할 수 있던 건 그녀가 너무 많은 사람을 죽이거나 처리했기 때문이었다.

서준의 사무실에서 희미하게 담배 냄새가 났던 것을 기억한다. 개인 사무실을 가질 수 있는 위치의 조직원은 대부분 간부들이었기 때문에, 헬레나는 작은 움직임 하나라도 실수하지 않도록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간부를 만나는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서준은 반듯한 검은색 정장에 넥타이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는 책상 앞에 앉아있다 말고 헬레나가 들어오자 느긋하게 일어났다. 헬레나는 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자기소개를 했다. 어디 출신이고, 이름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당신의 무엇을 보좌하게 될 것인지 말이다. 머리카락으로 둘러싸인 시야 안으로 준의 반들반들한 구두가 걸어 들어왔다.

“고개 들어봐, 응?”

유들유들한 말투였다. 헬레나는 못미더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준의 새까만 눈동자를 올려다보았다. 눈동자 안으로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보였는데, 그게 광기인지 아니면 조직 일에 오래 몸담은 자들이 가지는 연륜인지는 구분할 수 없었다.

“마음에 들어, 좋아.”

서준이 말했다.


2.

헬레나는 그와 일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그가 총을 쏘는데 일가견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간부라면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할 덕목이기는 했지만, 특히 서준은 타겟이 보이는 순간 방아쇠를 당기는 말도 안 되게 대담한 방식을 채택해 일을 최단시간 안에 마무리 짓는 실력을 보여주었다. 석양이 지는 하늘 아래서 총을 겨눈 카우보이도 상대의 움직임이 완전히 파악되기 전까지는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다. 서준은 타겟이 과녁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과정 자체를 생략하고, 상대에게 제대로 움직이거나 머리를 굴릴 시간 자체를 주지 않았다. 헬레나는 주로 그의 뒤에서 보조사격을 하거나 시체를 처리해 유기하는 일을 맡았다. 총을 쏘는 서준의 등을 응시할 때마다 헬레나는 종종 간부를 쏴죽이면 배신자라고 총살을 당할지, 아니면 그 빈자리를 자신이 꿰차게 될 지를 생각했다. 간부가 되면 어떤 해택을 누릴 수 있는지, 개인 사무실을 소유하는 직책까지 도달하게 되면 얼마큼의 돈을 지불받을 수 있는지도. 조직원들은 사람에게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더욱 안전한 장소로 들어올 수 있었다. 헬레나가 알고 있는 승진방식은 누군가를 죽임으로써 쟁취할 수 있는 것이었다. 간부가 이롭다면 간부가 되고 싶었고, 간부가 되기 위해 다른 간부를 죽여야 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고 싶었다.

서준이 총을 쏠 때마다, 헬레나는 그의 등 뒤에 서있었다.

만약 타협할 수 있는 선이라면 서준을 죽여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무시무시한 등을 보면서, 그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는 동시에,

헬레나는 배신하는 생각을 했다.


3.

서준은 시트에 기댄 채 창밖을 보고 있었다.

“헬레나.”

헬레나는 두발을 모으고 총을 허벅지에 얹어놓은 채 대답했다.

“네.”

“몇 시지?”

헬레나는 손목을 걷어 시간을 확인했다.

“네 시 이십분입니다.”

“시계 잘 어울려.”

서준이 기분 좋게 고개를 기울이고 턱을 까딱였다.

“못 보던 건데 새로 샀나 봐?”

“제 동생이 생일선물로 사준 겁니다.”

헬레나의 목소리에서 희미하게 기쁨이 묻어났다.

“동생이 몇 살이야?”

“왜요?” 헬레나는 반사적으로 물었다가 대답했다.

“저보다 두 살 어립니다.”

“그럼 딱 담배피울 나이겠네. 헬레나는 담배 피워?”

“피우죠.”

“뭐 피워? 아니, 내가 말이야~ 얼마 전에 재밌는 걸 들었거든?”

서준은 갑자기 신이 난 것 같았다.

“담배 운세라는 거지. 어? 피우는 담배마다 하루치 운세가 정해져 있다 이거야. 열여섯 가지인데 난 내 거만 딱 보고 다니지.”

서준은 시트를 두들기며 운세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헬레나는 총을 조립하며 건성으로 그 말을 흘려들었다. 오후 네 시 사십 분까지는 두 사람 모두 광장에 있어야 했다. 다섯 시부터 열릴 자선 행사에서 연설을 맡을 남자를 쏘고 돌아오는 데에는 오 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헬레나는 조립한 총을 다시 허벅지에 얹어놓고 고개를 들었다. 코팅된 차창으로 보이는 도심의 풍경은 얇은 암막커튼을 씌워놓은 것처럼 톤 다운되어 있었다. 광장 서쪽으로 붉은 플랜카드와 깃발이 세워져있는 게 보였다.

‘시위가 있었던가.’

“그래서 오늘은 꼴찌라는 거지.”

서준이 말했다.

“운이 아주 나쁠 수도 있겠다, 이 말이야.”

헬레나는 고개를 돌렸다.

“무엇이요?”

“오늘 내 담배가 운세 꼴찌라니까, 헬레나.”

서준은 제법 진지하게 즐기고 있었다. 헬레나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상사는 냉철하고 실력 있으면서도 이따금 알 수 없는 감성으로 분위기를 망쳐놓는 경향이 있었다.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는 거겠지. 헬레나는 서준의 저질개그 감성에는 면역이 없었기에 꽤 냉정하게 대꾸했다.

“재수 없는 미신 이야기는 그만하고 내리시죠. 이럴 시간 없습니다.”

“너무 좋아, 헬레나!”

받아주지 않았는데도 서준은 즐겁게 박수를 쳤다.

‘가끔은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차문을 닫으며 헬레나는 생각했다.

 

4.

광장 위 사람들이 포식자를 마주친 누떼처럼 혼란하게 도망치고 있다. 누떼와 다른 점은 그들이 방향성 없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구식 자동 권총을 쥐고 서서 자신 앞으로 홍해처럼 갈라지는 인파를 보고 있었다. 그가 총을 한 발 더 발포하자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헬레나가 서준을 불렀지만 그가 제대로 들은 것 같지는 않았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무대 간판이 추락했다. 간판에서 튕겨져 나온 나무 조각이 헬레나의 팔뚝을 맞고 떨어졌다. 헬레나는 총을 장전하며 다시 한 번 서준을 불렀다.

“카포(Capo).”

서준은 한 발을 더 쐈다.

“카포.”

“왜?”

서준은 자리에 멈추어 섰지만 여전히 앞을 보고 있었다. 헬레나는 광장을 구르고 있는 ‘서커필드 자선행사’ 간판을 보며 중얼거렸다.

“시체를 확인하는 게 좋겠어요.”

“뭐라고?”

어렴풋하게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광장에는 이제 남아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광장을 에워싼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면 박살난 무대 앞에 서있는 두 사람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었다. 헬레나는 일이 복잡해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시위대와 동선이 겹치지 않았더라면 일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사람은 가능하면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제대로 죽었는지 확인하고 당장 떠나야 합니다.”

서준이 고개를 돌려 헬레나를 쳐다봤다.

“당장?”

순간 헬레나는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잡았다. 지금 그를 쏜다면, 그러니까, 죽인다면 말이다… 쓰러진 그를 두고 유유히 광장을 빠져나간다면. 왜일까? 전혀 그럴 순간이 아니었는데도 그를 배신하고 싶어진 것은. 방아쇠를 쥔 손가락이 서늘해졌다.

그때 갑자기 서준이 헬레나의 머리통을 쥐고 땅으로 처박았다. 머리가 땅에 부딪치는 순간 서준의 나머지 한 손이 쑥 들어왔다. 헬레나는 깜짝 놀란 얼굴로 서준을 올려다보았다. 서준은 그녀를 보고 있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그 소리가 들렸다. 총알은 두 사람을 아슬아슬 빗겨가 무대 한쪽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늦은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헬레나?”

서준이 헬레나의 머리통을 감싼 손에 힘을 주었다. 헬레나는 헐떡이며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손은 여전히 방아쇠에 걸쳐져 있었고, 총은 갑작스럽게 쓰러지는 바람에 왼 다리에 깔려있었다. 헬레나가 총을 쏜 게 아니었다. 다른 누군가 있었다.

헬레나는 잠깐 숨을 고르고 대답했다.

“아마 디엔이겠죠.”

“시체 확인할 필요 없어. 쟤 죽었어. 가자.”

“잠시 만요.”

헬레나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서쪽에서 다시 총성이 울렸다. 서준이 그녀를 막고 서서 총이 날아온 방향으로 난사하기 시작했다. 헬레나는 반파된 무대 위로 올라가 시체를 확인했다. 쓰러진 남자는 등을 대고 대자로 늘어져있었다. 가슴에서부터 흘러내린 피가 이미 반쯤 응고되어 검붉은 갈색으로 굳어가고 있었다.

“맞지?”

서준이 총탄을 갈아 끼웠다.

“예, 죽었어요.”

헬레나가 대답했다.

“죽었지만 타겟이 아닙니다.”

사이렌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서준은 다시 한 번 총을 쐈다. 멀리서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주차된 차 뒤쪽에서 남자 하나가 쓰러졌다. 서준은 서부의 카우보이마냥 총구에 후, 바람을 불었다.

“내가 오늘은 운세 꼴찌라고 했잖아?”

헬레나는 서준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선 차로 돌아가세요.”

“어유, 어쩌게?”

서준은 구식 자동 권총을 헬레나에게 건넸다. 두 사람은 시체가 누워있는 무대에서 내려왔다. 이제 사이렌 소리는 광장 전체를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헬레나는 광장 가로수길 옆에 줄줄이 세워진 경찰차를 응시하다 말고 서준을 돌아보았다. 서준은 그녀의 눈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보았지만 그것이 광기가 아님은 알아보았다. 그는 그게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다.

“어쩌겠습니까. 메뉴얼대로 하는 거죠.”

헬레나가 말했다.

헬레나는 양손에 권총을 든 채 가로수길 쪽으로 혼자 걸어갔다. 그리고 경찰이 보이자마자 총을 바닥에 내던지고 두 팔을 들었다. 서준은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은 채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그녀를 보고 있었다. 헬레나는 경찰 앞에 얌전히 두 손을 내밀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가 그와 눈이 마주쳤다. 경찰이 수갑을 채우는 동안 서준이 긴 다리로 느릿느릿 헬레나에게 다가왔다. 그러고 보니 그는 여전하게도 반듯한 검은색 정장에 넥타이까지 갖추고 있었다. 헬레나는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서준의 반들반들한 구두가 자신의 시야 안으로 완전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마침내 서준이 말했다.

“고개 좀 들어봐.”

헬레나는 고개를 젖히고 가볍게 발을 들어, 카포를 대신해 체포되는 솔다토들이 비밀엄수를 맹세할 때 취하는 그것을 했다. 그녀의 입술은 서준의 입술 바로 앞 허공에 맞닿았다가 떨어졌다. 서준은 웃고 있지 않았다.

“금방 빼줄게.”

서준이 말했다.


5.

헬레나가 출소한 날에는 비가 내렸다. 고작 몇 주일 사이에 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헬레나는 코트를 입고도 몸을 움츠렸다. 짜증이 난 표정으로 입구까지 걸어 나오는 동안 낙엽이 그녀 머리통을 세 번이나 후려치고 지나갔다. 서준은 우산을 들고 입구 앞에 서있었다. 이를 딱딱 부딪치며 걸어오자 서준이 그녀 머리 위에 우산을 씌웠다. 헬레나는 철문 앞에 주차된 호화로운 흰 리무진을 보았다.

“승진하셨네요.”

헬레나가 말했다.

“덕분에.”

서준은 휘파람을 불면서 헬레나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두 사람은 오래 걷지 않고 차 앞에 도착했다. 서준은 헬레나를 차에 태우고 우산을 접은 뒤 맞은편에 탔다. 리무진 안은 후끈했고 재즈가 재생되고 있었다. 흰 시트 사이에 얼음을 담은 볼을 얹을 수 있는 기둥이 있었다. 볼 안에 와인이 꽂혀있었다. 헬레나가 몸을 녹이는 동안, 서준은 케이크를 꺼냈다.

“이제 헬레나로 활동하기 힘들겠네.”

헬레나는 서준이 건네주는 포크를 받았다.

“코드명을 사용해야겠죠.”

“너 피우는 담배 이름이 뭐라고 했지?”

여전히 그는 그놈의 운세잡지를 애독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헬레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케이크 끄트머리를 포크로 잘랐다.

“시가 썬(SSUN)입니다.”

“시가 썬! 이야, 이거 진짜 귀신같다니까. 이거 봐, 헬레나.”

서준이 잡지를 눈앞으로 들이밀었다. 케이크를 먹으면서 헬레나는 그의 긴 손가락이 가리키는 잡지 상단을 쳐다보았다. 시가 썬(SSUN)에 큼지막한 동그라미와 별표가 쳐져있었다. 운세 1위 담배였다.

“오늘은 좋은 날이잖아, 그렇지?”

“그렇네요.”

헬레나는 유난히 케이크가 맛있다고 생각했다. 서준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잡지를 집어던지고 시트에 몸을 한껏 기댔다. 그는 헬레나가 케이크를 먹기 위해 다시 손을 뻗는 것을 흡족하게 쳐다보았다.

“내가 생각해봤는데, 코드명으로 딱 좋은 것 같아.”

“뭐가요?”

“썬 말이야, 썬.”

“내일은 그거 꼴찌할 걸요.”

헬레나가 산통을 깼다.

“원래 그런 건 돌아가며 매기는 겁니다, 카포.”

“아니야, 1등할 거야. 다 방법이 있거든.”

헬레나는 서준이 또 엉뚱한 짓을 저질렀다는 걸 깨달았지만, 구태여 말을 보태지는 않았다.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감옥으로 들어가면서, 헬레나는 그가 자신을 다시는 찾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카포를 대신해 체포된 솔다토들은 조직에 충성심을 인정받는 것과 별개로 같은 카포 밑에서 동일한 임무를 받고 일할 기회를 제공받지는 못했다. 카포들은 솔다토의 빈자리를 오래 두지 않았다. 서준이 헬레나의 빈자리를 채우고 그녀를 홀랑 잊어버린다고 해도 헬레나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 일은 흔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여전히 마주보고 앉아있었고, 서준은 이전보다 넓고 편안한 차에 헬레나를 태운 채 변함없이 시시껄렁한 운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케이크는 유독 달콤하고 맛있었다. 어쩌면 몇 주간 단 음식을 한 입도 먹지 못해서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차 안에는 축배도 있었고, 재즈 음악도 멋졌다. 서준이 구독하는 잡지 상단에 변함없이 1위를 차지할 담배가 있다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었다. 그게 자신의 코드명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헬레나는 거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쓸모 있는 충고를 받고 있는 셈이었다. 윗사람의 도움을 받는 일은 그녀가 상상한 것보다 멋졌다. 그래서 헬레나는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이제는 그의 등을 봐도 방아쇠를 당길 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헬레나가 중얼거렸다.

“굉장하네요.”

서준이 즐겁게 박수를 쳤고,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턱을 괴면서 헬레나는 생각했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헬레나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190213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