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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이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향은 아까와 달리 대걸레를 뒤집어쓰고 서있었다. 힘썬은 향의 분장이 어떤 괴물이나 유령을 모티브로 한 것일지 고민했지만,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 어쩌면 아직 인간세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걸지도 모른다… 세상엔 많은 로어와 괴담이 존재했고, 인간의 두려움에서 기인한 상상력은 무궁무진하다. 힘썬은 더는 향의 분장을 고민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그녀에게 다가섰다. 향은 바로 옆에 힘썬이 와있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장난기가 솟았다. 힘썬이 두 손바닥을 펼치고 소리쳤다.
 “워!”
 향이 고개를 팩 쳐들어 힘썬을 쳐다보았다. 전혀 놀라지 않은 표정이었다. 힘썬은 아무렴 좋다고 생각했다.
 향이 힘썬을 확인하곤 배시시 웃었다.
 “썬!”
 “안녕, 향.”
 힘썬은 습관적으로 오, 하고 덧붙일 뻔한 것을 간신히 삼켰다.
 “무언가 고민하고 있는 거니?”
 “아, 맞아.”
 향은 머리 위에 얹어놓은 대걸레를 가리키며 활짝 웃었다.
 “분장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어, 썬!”
 “그건 무슨 괴물이니?”
 썬은 때마침 물어보고 싶던 것을 물어보아 기분이 좋아졌다.
 향은 고개를 요리조리 기울이며 의아해했다.
 “이름 말하는 거야?”
 “맞아, 테마 말이야.”
 “특별히 있지는 않아. 로어와 괴담에 나오는 공포 이미지를 조합해본거야!”
 향은 자랑스레 대걸레 위에 달린 눈을 가리켰다. 힘썬은 그것이 무섭기보다 귀여운 편에 속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두운 교실 한복판에서 마주치면 느낌이 색다를 지도 모르는 일이다.
 힘썬이 말했다.
 “그렇다면 너는 무서움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거지?”
 향은 바로 그거라고 대답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이제 막 오후 1시가 넘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허기진 것처럼 보였다. 맛있는 냄새가 새어나오는 교실이 보이면 사람들은 어김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 꼬치며 사탕을 손에 들고 나왔다. 향과 그 혼잡한 복도를 걸으며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괴물과 유령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지만, 결국은 어둠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갔다. 사람들이 어째서 어둠을 두려워하는지에 대해 말하다보니 결국 마법사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썬, 인간들은 스스로 빛나지는 않잖아.”
 향이 또박또박 말했다.
 “그래서 눈앞에 무엇이 있는지 몰라서 그런 걸지도 몰라.”
 “어둠을 이겨내기 위해서 괴담을 만든다는 거지?”
 “맞아.”
 향은 박수를 치며 좋아하다 말고 다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앗, 그런데 이상하다. 그렇게 치면 인간들은 두려움을 이겨내려다 더 큰 무서움을 만들어내고 말았네.”
 썬은 손끝으로 입술을 밀며 고민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어둠 때문에 눈앞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벗어나는 게, 그들이 우선적으로 원하는 것이었을 지도 몰라.”
 향이 물었다.
 “설령 그게 괴물이라고 해도?”
 “그래, 설령 그렇다고 해도.”
 썬은 복도 창으로 쏟아지는 빛을 보며 중얼거렸다.
 “중요한 건 인간들은 우리보다 더 어둠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거야.”
 두 사람은 복도를 돌다가 다시 1학년 1반으로 돌아왔다. 교대시간이었다. 입구의 책상은 비어있었지만 교실 문을 두들기자 안에서 마랴가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그러더니 “정산 좀 맡아줄 사람!!”하고 힘차게 소리쳤다. 힘썬은 향을 한 번 쳐다보고는 자신이 하겠다고 대답했다.
 “이제 들어갈 시간이구나, 향.”
 힘썬은 향의 머리카락 위에 얹은 대걸레를 바로잡아주면서 씩 웃었다.
 “빛 속에서 보면 넌 정말 사랑스러운 존재야.”
 “그러면 안 되는데!”
 향이 조급하게 입을 열자, 힘썬이 그녀의 머리카락 끄트머리를 매만지면서 말했다.
 “하지만 어둠속에서는 분명 무서운 존재일 거야.”
 “내가 누군지 모르니까?”
 영리한 향이 확인하듯 질문했다.
 “그래.”
 힘썬이 대답했다.
 “하지만 인간을 어둠속에 혼자 두지는 않으니까, 괴물이나 유령은 인간의 외로움에 한해서는 상냥한 상상일 지도 몰라.”
 “우리가 지금 유령의 집을 하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지?”
 향이 배시시 웃었다.
 힘썬이 따라 씩 웃어주었다.
 “응, 내 생각에 확신을 줘서 고마워.”
 교실 문이 닫히고 안에서 커튼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힘썬은 책상에 반듯하게 허리를 펴고 앉았다가, 주변을 둘러보고는 슬쩍 턱을 괴어보았다. 나쁘지 않았다. 괜찮았고, 자연스러웠다. 힘썬은 손님 명단을 들추어보며 머릿속으로 돈 계산을 해보았다가, 그 일이 너무 빠르게 끝나는 바람에 금방 지루함을 느꼈다. 그녀는 명단을 내려놓고 복도를 쳐다보며 생각했다. 인간들은 어둠을 무서워해, 외로움을… 혼자 남는 걸 무서워해. 그렇다면 마법사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책상 앞으로 손님이 다가왔으므로 힘썬은 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어찌되었던 지금은 어둠속의 공포를 보여줘야 할 때였다. 향은 잘 해낼 것이다. 힘썬은 볼펜을 들고 명단을 들추며, 밝은 목소리로 능숙하게 대꾸했다.
 “안녕. 몇 명이니?”

2019/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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