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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썬은 아라를 통해 강시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다. 강시는 중국 귀신인데 굳어진 시체라는 뜻으로, 죽었지만 움직이며 사람을 해치는 요물이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본 강시는 아라의 강시보다 귀엽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아라가 의도한 강시는 중국의 강시와는 다른 종류일 지도 모른다. 휴식시간이 주어졌을 때 아라에게 그 소리를 했더니 아라가 두 손을 모으고 음산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지금도?” 하지만 아라는 여전히 귀여웠기 때문에 힘썬은 대답했다. “응, 지금도.”

 깜깜한 교실에 한 시간이 좀 넘게 박혀 있다가 휴식시간을 받고 바깥으로 나오니 눈이 부셨다. 힘썬은 시야에 빛이 익숙해질 때까지 손으로 차양을 만들어 이마를 가리고 있었다. 몇 번 정도 깜빡인 후에야 곁에 서서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있는 아라가 눈에 들어왔다. 아라는 힘썬을 보고는 히죽 웃으며 두 손을 모았다가, 힘썬이 그에 지지 않겠다는 듯 열심히 머리에 박힌 나사를 돌리기 시작하자 웃음이 터져 겁주는 포즈를 그만두었다. “안 무섭다, 큰일이야!” 아라가 즐겁게 말했다. 힘썬은 그것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해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큰일이야?” 힘썬이 되묻자 아라가 정정했다. “사실 그렇게 큰일은 아니야.” 왜냐하면 지금은 영업시간이 아니니까 누군가를 겁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귀신의 집이 잠시 정리에 들어간 동안, 두 사람은 부스를 돌기로 했다. 힘썬은 머리에 박힌 나사를 뽑아 창가에 기대놓았다. 아라는 햇빛 아래서 반짝이는 거대한 나사를 한 번 쳐다보고는… 운동장에 가보자고 말했다.
 “뭔가 있을 거 같아. 아까부터 사람들이 자꾸 들락거리더라!”
 그래서 두 사람은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힘썬은 아라의 손을 흘끔거리다가 타이밍에 맞춰 쑥 집어넣었다. 아라는 깜짝 놀란 기색 없이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잠깐 생각하다가 손을 잡아주었다. 힘썬의 눈동자 광채가 바쁘게 빙글빙글 돌더니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했다. 힘썬은 발끝에서 느껴지는 온기를 느끼면서 아라에게 물었다.
 “운동장에 가서 뭘 할 거니?”
 “흠, 재미있어 보이는 걸 하자.”
 아라는 즐겁게 대답했다.
 “둘이 할 수 있는 거라면 더 좋겠지.”
 운동장에는 천막이 구석구석에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파란 지붕이 운동장의 풍경과 어우러져 무척이나 시원해보였다. 운동장 한구석에서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물 로켓이 보였다. 와글거리는 인파를 뚫고 앞으로 나아가자, 그게 보였다. 힘썬은 발걸음을 멈추고, 앞서 가려는 아라의 손목을 가볍게 붙잡았다. 아라가 습관처럼 들리는 “응?”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힘썬은 천막 아래에 붙은 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어떠니, 아라?”
 아라는 힘썬의 손끝을 읽고는 대답했다.
 “난 좋아.”
 의자에 앉아 팔을 내밀면서, 힘썬은 옆자리에 앉아 똑같이 팔을 내밀고 있는 아라의 옆모습을 훔쳐보았다. 아라가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힘썬은 기분이 좋았기 때문에 웃었고, 그건 좋은 신호가 된 것 같았다. 아라가 마주 웃어주자 꼭 그녀가 고양이처럼 보였다.
 “저기, 뭐로 하실 거예요?”
 두 사람의 손목을 번갈아 두드리던 부스 학생이 물었다.
 힘썬이 고개를 돌리며 습관처럼 입을 벌렸다.
 “오-,”
 학생이 두 사람을 위해 타투 종류를 정리한 표를 내밀었다.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아라가 옆으로 고개를 내미는 게 느껴졌다. 힘썬은 옆으로 조금 비켜나며 아라의 옆모습을 한 번 더 훔쳐보았고, 그 순간 마음을 결정했다.
 힘썬이 손가락으로 고양이 모양을 가리키며 비장하게 말했다.
 “나 이게 좋아.”
 아라는 강아지 모양 타투를 쳐다보다 말고 힘썬의 손가락 쪽으로 시선을 이동했다.
 “고양이?”
 “오, 맞아. 아라 너를 닮은 것 같아.”
 그런 후 힘썬은 걱정스럽게 덧붙였다.
 “하지만 강아지도 좋단다.”
 아라는 고양이를 가리켰다.
 “이걸로 해주세요.”
 타투를 받는 동안 힘썬은 아라에게 강아지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라가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 퐁퐁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자신의 배경화면이 퐁퐁이라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아라의 목소리에는 확신으로 가득 찬 긍정적 감정이 느껴졌다. 힘썬은 퐁퐁을 만나보지 않았는데도 벌써 퐁퐁이 좋아졌다.
 “나중에 만나보고 싶어.”
 힘썬이 그렇게 말하자, 아라는 기회가 된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하자고 대답했다.
 두 사람은 똑같은 타투를 달고 천막 아래를 빠져나왔다. 운동장 한가운데서 춤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힘썬은 손바닥으로 차양을 만들어 이마에 대고, 햇빛을 향해 발사되어 날아가는 물로켓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아라가 손목을 매만지며 즐거워했다.
 “타투하길 잘한 것 같아.”
 “맞아, 아라 너와 똑같은 타투를 해서 기뻐.”
 힘썬이 차양을 만들던 손바닥을 떼어내고는 아라를 보며 씨익 웃었다. 똑같은 무언가를 몸에 새기는 일이 가지는 특별함에 대한 단어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순간, 어렵지 않게 그 비슷한 단어가 떠올랐다. 힘썬이 말했다.
 “오, 그러고 보니 우리는 방금 ‘커플’ 타투를 하고 나온 거야. 그렇지?”
 그러자 아까 전, 복도를 걷다 말고 느닷없이 썬의 손바닥이 아라의 손을 붙잡았을 때처럼, 아라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흔쾌히, 기꺼이 혹은 그에 합당하게 웃어주면서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맞아, 완전 귀여운 커플타투 했어.”
 그러자 힘썬의 눈동자 광채가 바쁘게 빙글빙글 돌더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19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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