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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크젠틀리의 전체론적 탐정 사무소 (넷플릭스 드라마 중에 정신나간 거 하나 있음)

에 나오는 똥멍청이1 (더크 젠틀리) x 똥멍청이2 (토드 브로츠먼)

 

 아주 오랫동안 불행과 고난에 시달려온 더크 젠틀리에게 있어 성기 사이즈란 오랜 고민거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2차 성징을 거치는 동안 그가 기대한 것은 180이 넘는 장신과 쭉쭉 뻗은 다리, 멋진 가르마와 빛나는 미소였건만 정작 막대한 성장을 시작한 것은 다리 사이에 서식하는 친구였던 것이다. 젠틀리 주니어는 그가 16살을 돌파할 무렵 거의 두 배가 되어 있었고, 역시 이대로 대책 없이 길어지는 것은 주인 분께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판단했는지 18살을 돌파할 무렵 두께를 늘리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성인이 된 더크 젠틀리는 대물이 되어 있었고 그의 주니어는 전혀 “Gently”하지 않은 방식으로 위용을 과시하며 팬티 안에 엉거주춤 수납되어 있었다.

 더크 젠틀리는 자신이 가진 훌륭한 물건의 진정한 가치를 알지 못 했다.

 토드 브로츠먼은 대학교 시절에 대해 결단코 입을 여는 법이 없었다. 특히 밴드에 관해서는 더욱 그러했는데, 단순히 자신이 저지른 횡령 건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왕년에 베이스를 연주하며 깨달은 것은, 인간도 적당히 연주할 만한 부위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토드는 훌륭한 베이스 기타였다. 때때로 베이스보다 더 높은 음을 낼 수도 있었다. 연주자의 재량에 따라 낼 수 있는 음의 한계는 달라졌다.

 토드는 어릴 적부터 얼굴까지 불쌍하게 생겨먹었다는 소리를 심심찮게 들었던 데다가, 바로 그 영향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정말 찌질이 찐다 머저리로 자라나게 됐다. 그의 녹색 눈동자를 보고 있자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그의 앞날이 썩 순탄치 못 할 것이며 평생을 얼굴대로 살아갈 거라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어떤 응집성이 있었다. 세상의 불행과 고난을 다 짊어진 것처럼 보이는 처연함과, 그럼에도 동정하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동시에 존재했다. 한 마디로 더럽게 재수가 없어 뵈는 눈이었다. 어쨌건 그 따위 눈동자는 설령 잘생긴 남자가 가지고 있더라도 상당히 흠결인 부분이다. 그리고 토드 브로츠먼은… 유감스럽게도 핸섬가이는 아니었다. 자지도 작았다.

 특히 윗 문단의 마지막 문장으로써 명확해진 사실이지만, 토드 브로츠먼은 한 번도 여자와 잘 되어본 적이 없었고, 16살부터는 스스로도 의기소침해져서 자신은 원래부터 여자에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자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8살 무렵에는 베이스를 시작했는데 사실 밴드에 들어가면 여자에게 고백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조언 때문에 은근하게 시작한 것이었고 물론 다들 아시겠지만 토드는 인기가 없었다. 자지가 작은 남자는 베이스를 쳐도 안 된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토드는 게이였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쓸데없는 이유를 왜 늘어놓았는지는 필자도 잘 모르겠다. 여하튼 스무 살이 된 토드는 대학 밴드에 들어갔고 그 때 처음으로 섹스를 했다. 소위 말하자면 아다를 뗐다고 저속하게 표현할 수도 있겠다. 상대는 드럼을 치던 조던이었고, 그는 자지가 컸다. (더크보단 작았음) 토드는 조던 밑에서 질질 짜며 이딴 게 섹스라면 평생 안 하고 사는 게 낫겠노라고 외쳤다. 그 다음 날에도 그들은 봉고차에서 즐겼다. 조던은 토드의 대학 첫 학기 내내 낮에는 창고에서 드럼을 두들기고 밤에는 밴드 봉고차에서 토드를 연주했다. 조던이 학기 말쯤에 토드에게 질린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너무 질질 짠다는 것이다. 조던은 섹스를 할 때 상대가 지나치게 시끄러운 걸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 그건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조던 이후에도 토드는 봉고차를 자주 이용했다. 밴드의 멤버들과 전부 자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다들 한 번쯤은 토드에게 박아본 경험이 있었다. 카섹스가 편안한 건 아니었지만 토드도 밴드 멤버들도 돈이 없었고 마땅한 공간도 없었던 데다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일을 벌일 만큼 체면을 상실한 것도 아니었다. 봉고차는 곧 악기를 실어놓는 용도에서 점차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는데, 어찌 보면 여전히 새로운 악기를 실어놓고 있는 셈이었으니 그 의무를 다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멤버들 몰래 봉고차를 중고시장에 팔아넘기면서, 토드는 봉고차의 새로운 주인이 시트를 갈지 않는다면 자신은 지옥에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지옥에 “누군가에게 비위생적인 상황을 제공했음”리스트가 있다면 자신은 아마 10위 안에 들 것이라고. 당시 토드는 봉고차를 팔아넘겼다는 사실보다는 바로 그 사실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정도 돈을 챙긴 토드는 임시 숙소를 떠나 야반도주했고 휴대폰 번호도 바꿨다. 그리고 부모님이 보내주는 돈으로 밤에는 섹스 파트너를 찾아 싸구려 모텔을 전전하고 낮에는 맛대가리 없는 시리얼과 콩을 처먹었다.

 토드 브로츠먼이 훌륭한 자지 감별사라는 데에 이견을 두는 사람은 없겠다. 그는 쓰레기였지만 단 한 가지 경험만큼은 그 누구보다 풍부하다고 자부할 수 있었고 어지간하면 삽입도 전에 늘어진 꼬라지를 보고 “오늘 섹스는 글렀구나” 판단할 눈썰미도 있었다. 그가 이렇게 방탕한 생활을 그만둔 건 아만다 브로츠먼이 투병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아만다는 그의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실제로 그 방향을 처음 틀어놓은 건 토드 브로츠먼이었는데도 말이다. 토드는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론적으로 더크 젠틀리가 해낸 일이었다.

 어쨌든 토드와 더크는 섹스를 할 운명이었고, 우주가 그렇게 정한 이상 이 세계의 질서는 두 멍청이들을 위하여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실 둘의 거사는 아주 오래 전, 그들의 16살 이전부터 계획되어 온 우주의 빅픽쳐였으므로, 이 모든 일들-더크의 불온한 인생과 토드의 난잡한 이십대는 바로 이 이유 하나만으로 계획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크 젠틀리는 결코 알지 못 했지만, 토드 브로츠먼과 섹스하기 위하여 그의 자지는 남들보다 몇 인치는 굵고 거대하게 성장을 거듭하며 운명에 대한 대비를 톡톡히 해낸 것이다. 심지어 젠틀리의 주니어는 우주가 기대한 것 이상의 사이즈로 기염을 토해내며 삽입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더크는 자신의 자지가 기성 남성용 속옷에 수납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 또한 우주가 부여한 또 하나의 시련 혹은 재앙인 줄로만 알았다는 점에서, 인생이란 아이러니하고 아름다운 것임을 우리 모두가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건 토드 쪽이 먼저였는데, 엄밀히 말해 “낌새”를 보인 건 더크가 먼저였다. 그러나 더크는 단 한 번도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으므로 자신이 어째서 토드 브로츠먼의 앞에서 자주 침을 삼키게 되는지, 손에 나는 땀 때문에 허벅지를 자꾸 문지르는지 알지 못 했다. 리디아 스프링 건이 종료되고 모두가 아직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을 때, 더크 젠틀리는 자신이 토드 브로츠먼을 향해 어떤 충동을 느끼고 있고, 그게 좀… 원초적이란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토드가 먼저 이렇게 말을 꺼냈기 때문이었다.

 “더크, 우리말인데.”

 “오.” 더크는 처음에 방어적으로 나왔다.

 “나 지금 네가 무슨 말 하는지 알겠는데 이 이야기는 일단 뒤로 미뤄두는 게 좋을 것 같아.”

 “나 아직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거든.” 토드는 기막히단 얼굴을 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그거 말하려는 거잖아!”

 더크가 오두방정을 떨었다.

 “뭐?”

 “그거!!!”

 “더크, 네가 무슨 말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토드가 냉정하게 말했다. 더크는 입을 빼죽거리며 손을 배배 꼬기 시작했다.

 “토드, 방금 반응은 좀 서운했어… 어쨌든 너도 내가 요 근래 좀 이상하게 구는 거 알잖아. 말 꺼내놓고 갑자기 빼려고 하니까 오히려 내 기분이 이상한데. 물론 내가 방금 방어적으로 군 건 사실이야. 어쨌든 우린 이제 막 화해했고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은 뒤로 제쳐두고 싶었어. 하지만 네가 이렇게까지 눈치를 주니까 나도 한 마디 하겠는데, 내가 너한테 이렇게 긴장하는 건, 그러니까…….” 더크가 마른 입술을 혀로 축였다.

 “그러니까…….”

 “너 지금 되게 이상한 거 알아?” 토드가 얼굴을 찡그렸다.

 “무슨 열여섯 살짜리 애가 고백하려고 애쓰는 것 같다. 할 말이 있으면 그냥 해.”

 “고백이라고!”

 더크가 튕겨져 나와선 미친 사람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헐떡거렸다.

 “토드, 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아니, 내 말은 네가 꼭…….”

 “배려심 없이 이상한 말 좀 갑자기 꺼내지 말아줄래?!”

 “너한테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거든?” 토드가 열 받은 얼굴을 했다.

 “이봐, 더크. 내가 하려던 말은 그냥…….”

 “하지 마!!”

 더크가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토드가 얼빠진 얼굴로 그 꼴을 바라보자, 더크는 손을 극적으로 떨며 “어으으” 하고 끓는 소리를 냈다.

 “좋아. 말할게. 좋아, 난 말할 수 있어.”

 “나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데.”

 “좋아, 더크. 넌 말할 수 있어. 할 수 있다고.”

 “더크, 나랑 보고 이야기 해줄래?”

 “토드, 조용히 좀 해줄래?”

 “그러니까 너 지금 왜 그러냐니까!”

 토드가 벌컥 화를 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더크 젠틀리가 결연한 얼굴로 다가와 고개를 숙이는 바람에 비장미 넘치는 그의 찐따펀치는 완전히 무효화 되었다. 뺨을 감싼 더크의 손이 너무 소심해서 밀쳐낼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토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거의 두꺼비 같은 표정을 지었다. 더크는 꼭 초등학생처럼 입을 맞췄고, 도장을 내려찍듯 꾹 토드의 입술을 누르고 있었다. 잠시 후 더크가 헉 소리를 내며 떨어졌고 토드는 완전히 충격에 빠져버렸다. 어색한 침묵이 거실을 가득 채웠다. 바깥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토드가 생각의 파도에서 헤엄쳐 나오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너…….”

 한참 뒤 토드가 떠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더크는 입을 다물고 벌 받을 준비를 하는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입 을 빼죽 내밀고 있었다.

 “너 지금…….”

 “우리 친구지?”

 “뭐라고?”

 “그러니까.” 더크는 마른 침을 삼키다 말고 이내 포기했다.

 “아니, 됐어. 그냥…할 말 해.”

 “너 지금 나한테 키스했어!”

 “그렇게까지 크게 말하지 말아줄래?”

 “너 지금 나한테 키스했다고!”

 “알겠는데, 어쨌든 우린 친구야.”

 “씨발 너 지금 장난해?”

 “그럼, 친구 아닌 걸로.”

 “너 지금 나한테 키스했다니까?!”

 “알겠는데 나도 나름 창피함을 아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시끄럽게 광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토드.”

 “이것도 우주의 질서라고 주절거릴 건 아니지?”

 “장난하지 마!”

 이번엔 더크가 발끈했다. (하지만 정말 우주의 질서 맞음)

 “shit. 더크, 너 지금 나한테 무슨 짓을 한 줄 알아?”

 “그래.” 더크가 인정했다.

 “그러니까 빨리 뭐라도 해봐.”

 “언제부터 이런 거야?”

 토드가 얼굴을 찡그렸고, 더크는 그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어 시선을 피했다.

 “모르겠는데… 아마 지프차 타고 삽질하던 때부터?”

 “Oh, god.”

 더크는 토드가 거실을 왔다갔다하며 마른세수를 하고 초조하고 턱을 매만지는 걸 지켜보았다. 잠시 후, 토드는 어떤 결심을 한 것 같이 보였고 그 결심을 내린 후부터 빠른 속도로 안정감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더크는 토드가 친구를 그만두자고 말하거나 방을 나가버릴 거라고 생각했고, 둘 중의 답 이외에는 나올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토드가 이렇게 말했을 때, 더크의 머릿속은 잠시 암전되었다.

 “너, 그럼 나랑 섹스하고 싶은 거야?”

 뭐라고?!!

 더크는 이 직후 바닥으로부터 3m 정도 펄쩍 뛰어올라 천장을 부수고 돌아왔다. 석회가루에 휩싸인 채 둘은 서로를 마주보았고, 토드는 자신의 오래된 서랍 안쪽에 듀렉스 콘돔 한통이 남아있다는 걸 생각해냈다. 마치 머릿속에 환한 불을 켠 것처럼, 요컨대 일어나야만 하는 사건에 영감을 얻는 셜록홈즈처럼, 토드 브로츠먼의 쓸모없는 대가리가 처음으로 해낸 유용하고 멋진 일이었다.

 우주의 질서가 마침내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퇴고 안 함

2017/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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